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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ug 21. 2017

여전히 꿈을 꿀 자격

그녀는 꿈을 이루었을까



나 혼자만 간직하는 특별한 공간/도시

런던은 내가 그저 그냥 수많은 방문객 중 한명이겠지만 내게 런던은 추억이 많으면서도 선망이 대상이 되는 무척 각별한 상대이다.


난생처음으로 혼자 가서 삶을 꾸린 장소이며,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 없는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어 봤으며, 나와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과 처음 교류를 해주게 한 곳이다. 여행으로도 여러번 방문했는데도 여전히 다음 여행지로 또 가고 싶은 자꾸 자꾸 보고 싶은 상대이기도 하다. 또한 직장인이 되어 몇주간 머무르면서 치열하게 영국인들과 부딪혀 싸우기도 하고 철저히 혼자가 되어 보기도 한 첫 도시이다.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런던이라는 곳은 내게 '멋진 도시'에서 일해보고 싶다 하는 꿈을 그리게 해준 그런 재촉제가 되었다.


*Note: 2016년 6월, 6주간의 런던 출장의 기억...

출장은 특히 6주라는 기간 동안 일로써 해외에 머무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었다. 하지만 출장 첫날 그 아침 그 거리와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베이지색 H라인 스커트에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노트북을 챙겨 기차를 타기위해 Waterloo station[워터루역] 으로 또각 또각 구두소리 내며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던 그 첫날은 출장 중 내가 기억하는 가장 짜릿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여행객도 현지인도 아닌 그 중간 어정쩡한 무대에 서 있었지만 이른 아침 출근하는 런던너들과 일찍이 여행을 시작 하는 관광객들 틈 사이로 걸어갔던 첫 아침이었다. 물론 꿈을 이룬 것은 절대 아니고 나는 그저 고객사에 부름에 그들 업무를 처리해 주러 간 '을' 사의 누군가였지만 낯선 도시에서 여행객이 아닌 바쁘게 출근하는 역할은 맡게 되니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었다. 물론 이틀 째부터 그 짜릿함은 점점 희미해져갔다. 그래도 출장 6주 동안 아침 출근 때만큼은 무언가를 이룬 거 같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생소한 환경 속에서 직장인으로써 아침을 맞이 하는 것만으로도 설레임을 주는 곳, 내게 런던은 그런 도시이다. 동경에 대상이자 꿈을 선물한 도시.


** Note2: 2015년 2월, 겨울 어느 날 뉴욕에서 일어난 일

그녀의 첫인상은 참 참했다. 참하다는 표현이 뭔가 잘 어울리는 인상이었다. 일본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 같은 느낌도 있었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싫지만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그런 여주인공과 같은 모습.

그녀의 이름은 준코. 나는 그녀를 미국 뉴욕 여행하면서 만났다. 눈 딱 감고 '그래, 뉴욕에 왔으니 한번 가보자.' 하고 용기 내어 찾은 재즈클럽 앞에서 그녀를 만났다.

여행 오기 전 며칠 내내 구글 검색 해서 찾은 곳이었다. 역시나 금요일 밤 클럽 앞은 뉴욕커들로 문전성시였다. 뭔가 모르게 나보다 훌쩍 더 커 보이는 그들 사이에서 우연히 준코를 만났다. 그녀도 혼자고 나도 혼자였다. 또한 그녀도 오롯이 동양인, 나도 오롯이, 미국인들 틈 사이에서 주늑이 든 채 괜히 왔나 그냥 돌아갈까하고 한껏 움추러든, 그런 동양인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말동무가 되었고 함께 재즈공연을 감상하였다.


재즈 피아노를 치고 있다는 그녀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 대학을 나왔고 3년 전 대학 졸업 후 도쿄에서의 안정적한 삶을 뒤로한 채 재즈의 본고장인 뉴욕으로 왔다고 했다. 한국 식당과 일본 식당에서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듯 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지만 그녀의 꿈은 뉴욕 로컬 밴드에 들어가 앨범을 내고 이런 유명한 재즈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2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삶의 단면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나눴고 함께 음악을 들었으며 어색하지만 그래도 혼자이지 않음을 안도하는 동료가 되었다. 해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 연결고리로 가져가기 제일 좋은 방법은 SNS 친구 맺기가 아닌가 싶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우리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고 다시 뉴욕에 오면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오라며 기약 없는 약속을 한 후 헤어졌다.

<2017년 5월 어느날>

페이스북에 새로운 알람 소식이 뜬다.

"Junko님의 새로운 사진을 업데이트하였습니다."라는 메시지에 순간 준코가 누구지 하고 생각했다. 아참, 뉴욕에서 만났던 그녀였지.

밴드 멤버들과 공연을 한다는 소식에 대한 업데이트였다.


그녀는 꿈을 이루고 있는 걸까?

어쩐지 그녀의 도전이 궁금해 졌다.



누구에게나 손익계산을 해 가며 손실인지 이익인지를 계산해 보는 그런 꿈 말고,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어 꿈꿔보는 꿈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일 지라도, 그 꿈을 실현 후 내 손에 남는게 아무것도 없을 지라도, 우리는 꿈을 꾸며 살아간다.


그 꿈은 평범한 내 일상을 버티게 해 주기도 한다. 때론 현실이 지루하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꿈을 꾼다. 그리고 그 꿈들이 나를 반짝이게 해주리란 것도 알고 있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게 있잖아. 가슴속에 아주 분명한 무언가를 품고 있으면 반드시 표시가 나게 돼 있어. 사람들은 그런 힘에 마음이 끌리거든."

-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중, 하야마 아마리 지음



50대에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마 나는 꿈을 꿀 것이다.


손실을 따지지 않는 꿈,

마음을 뛰게 하는 그런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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