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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Sep 13. 2017

내려놓는 연습

<효리네 민박> 그녀가 꺼낸 고백

<변해가는 상황을 바라보는 심정>


이효리: 나는...... 진짜 어딜 가나 주인공이었잖아. 어딜 가나 주인공이었고, 심지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좋아한 적이 진짜 별로 없었어. 근데 내가 동수(민박 손님 중 한 명)씨도 같이 있는데, 동수 씨의 시선과 마음에 너만 있는 거야.
아이유: 아, 그랬어요? 저는 그거는 몰랐어요.
이효리: 나는 느꼈거든.. 동수 씨는 왜냐하면 군대에서부터 너 세대잖아.. 그리고 오늘도 그렇고(한 제주도에 사는 팬이 아이유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트림)... 조금씩 나는 그런 걸 느꼈거든..'와 이제는 세대가 바뀌었구나'라는 거를 몸소 실감을 하게 되는 거야. 근데 내가 너를 아끼는 마음이 생기면서 그런 일을 겪으니깐 되게 자연스럽게... 흐뭇하게... 마치 내가 엄마고 네가 딸인데,, 사람들이 너한테 몰려들고 막 좋아할 때 되게 흐뭇해...(중략) 이제 자연스럽게.. 아 이제 내가 이런 위치구나. 이제 후배들보다 뒤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연습하게 되는 것 같아... (중략) 신이 너를 보내 주셨나? 나한테 그 연습하라고?

아이유: 헤헤헤헤
이효리: 지은아 진짜 너한테 고맙다.
아이유: 오길 진짜 잘했네요.


- 효리네 민박 11화 중


'효리네 민박'이라는 티비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아이유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 모습이 방송에서 흘러나온다.  장면을 보면서 나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어딜 가나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각광받던 그녀였지만, 후배 아이유와 함께 하면서 첫 번째 주목의 대상에서 멀어짐을 느끼게 된다. 그런 그녀가 후배에게 수줍게 꺼낸 솔직한 고백.  발짝 내려오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그녀.

 

물론 탑스타 인 그녀에게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상황들에 당황하고 '이제는 더 이상 예전에 내가 아니구나' 느끼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씩 버려야 하는 것들이 생긴다. 그리고 또 그 버려야함을 인정해야 하는 순간 두려운 마음이 드는 건 모두 마찬가지가 아닐까.



<2012.4. 싱가포르 >

운 좋게 여행사에 다니는 사촌언니 덕에 시가 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3박을 마리나 베이 샌즈[Marina Bay Sands] 호텔에서 묵게 되었다. 체크인을 하자마자 피곤함을 잊고 찾아간 곳은 바로 수영장이었다. 57층에 위치한 수영장에 입장하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비록 사촌언니가 준비해 준 패키지였지만 이렇게 멋진 공간을 내가 사랑하는 두 분과 함께 할 수 있어, 뭔가 효도하는 느낌도 들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인 듯했다. 하나의 공간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건너편 레이저와 건물에 불빛들이 어두워진 밤 수영장을 환하게 밝혔다.

 

수영 장안에서 건너 보이는 싱가포르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다시는 볼 수 없으니 눈으로 잘 담아 둬야겠다. 데려와 줘서 고맙다 우리 딸. 우리 딸 아니면 엄마 아빠가 언제 이런데 알고 예약해서 와 보겠니 "

"또 오자. 나는 여기 또 와보고 싶다"

"엄마랑 아빠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여기를 이렇게 와보는 것이.. 언제 우리 나이에 또 와보겠니. 한번 와봤으면 그걸로 충분해.. 그것도 이렇게 함께이니 더 좋다. 이걸로 충분하다.."

 

여행 후 엄마와 아빠가 같은 목소리로 내게 했던 말이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좋은 걸 보면 늘 또 보고 싶고 갖고 싶어 하는 나와는 달리 '한번 와봤으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는 두 분.


어쩜 두 분은 항상 하나를 채우며 또 다른 하나를 하나씩 버리는 연습을 해왔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무심히 들었다..



<내려놓는 연습하기>

노력- 1)

허망한 꿈을 꾸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것들을 모두 손에 쥐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었다. 터무니없더라도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찬란하게 빛나 보인다고 생각했고 물론 정신 차리라며 비난하는 이도 드물었다. 젊잖아,  수 있어, 하고. 비록 특정한 실체 없는 꿈일지 언정. 

이제는 막 아무거나 내지르기엔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은 시기가 되어 버렸다. 지금은 오히려 실천하는 꿈을 꾸는, '언제까지 이상만 좇으면 살 거야'라는 핀잔을 듣지 않을 만한 작지만 모이면 그래도 크고 나름 뿌듯한 그런 꿈을 꾸며 조금씩 내면을 채워나가고 있기 시작했다.

 

노력-2)

영원히 함께 할 것 같던 친구들과 조금씩 멀어지는 연습이 필요한 때도 왔다. 우정이라는 틀 안에서 매일 함께 하던 시절. 시시콜콜 모든 걸 공유하고 언제든지 부르면 달려 나와 밤새 고민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언젠가는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먼저 선뜻 지금 만나자고 연락하기도 주저하게 되는 순간에는 씁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각자의 삶이 있고, 누군가는 가정이, 누군가는 또 어떤 나름의 책임의 무게가 있다. 미주알고주알 사사롭게 모든 걸 나누는 것도 우정이지만 가끔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응원하는 것도, 그저 별 탈 없이 잘살고 있는 모습에도 위로를 받고 응원을 해주는 친구가 되는 연습도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 또한 다른 방식의 우정일지도 모르겠다.

 

노력-3)

20 초반에 언젠가 마흔 살 후에 내 모습은 어떠게 변해 있을까 하고 그려 본 적이 있었다. 그저 그때는 막연히 더 이상은 파릇하고 싱그러움이 없어져 그저 지나가는 젊은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나도 더 예뻐져야지'  아니라 그저 ' 이쁘다' 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면 정말 슬프겠다 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다.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세상이 변했다. 마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들도 많아졌고,  여전히 더 아름다워질 수 있으며 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20 초반 그 당시에는 그냥 상상할 수 없는 그런 나이였다. 지금은 잘 안다. 얼굴에 녹여 있는 아름다움이란 것은 그저 예쁘다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누군가가 살아온 삶과 인생이 배어 있는 매력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하나를 잃게 되면 하나를 얻게 되는 법>

이효리는 연예인으로서 여전히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트렌드리더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은 아이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열정적으로 열광하는 팬들은 조금 줄어들었을지만  명의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자가 되었다. 아이유와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남편의 품에 안기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 드는 생각 하나 더,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무언가를 얻게 되는 것이 인생이고 결국 각 시간마다 저마다의 다른 행복이 존재하는 게 또한 인생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나씩 시간의 흐름 따라 점차 변해 가는 모습과 그 과정을 받아들여야겠다.  빈자리를 다른 무언가가 자연스럽게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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