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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Feb 05. 2018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에게

Just Like You

안녕하세요 패터슨씨.


당신은 오늘도 아침 6시 20분에 눈을 떠 출근 준비를 하고 있나요? 업무를 시작하기 전 조그마한 노트에 시를 쓰고 있나요?


저는 아침 6시 50분에 일어납니다. 매일 밤 자기 전 내일은 10분만 더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출근준비를 하자고 다짐을 하며 잠이 들지만 여지없이 6시 50분에 일어납니다. 그 시간에 일어나면 허둥지둥 댈 걸 알면서도 10분 일찍 일어나는 일은 제게 언제나 큰 도전이네요. 그렇게 매일 아침 허겁지겁 출근 준비를 하고 지하철 지옥을 뚫고 사무실 도착하면 9시 5분 전 이예요. 겨우 지각을 면해요. 오전 업무를 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11시 30분에 회사 식당으로 팀 동료들과 밥을 먹으러 가요. 정신없이 오후를 보내고 난 후 6시가 되면 퇴근을 한답니다. 퇴근 후에 피곤하지 않은 날은 운동을 가기도 해요. 어떤 날은 쇼핑을 하기도 하고요. 당신이 퇴근 후 강아지 산책 시키고 늘 들리던 펍에서 맥주를 마시는 일과 다르지 않겠네요.

 

< 영화 패터슨 속, 출처 구글이미지>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가끔 이렇게 글을 쓰는 일도 당신과 비슷한 면인 거 같아요. 그래서 내가 당신에게 끌리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물론 되풀이 되는 삶 속에서 소소한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해요. 뉴스에 나올 정도로 엄청나게 큰 사건은 없지만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아 혼자 우는 날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나 자신에게 실망해 밤새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며 때론 내 주변에 둘러 싸고 있는 작은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면서요.


< 영화 패터슨 속, 출처 구글이미지>


가끔은 먹먹할 때도 있어요. 이대로 변하지 않은 채 내 인생이 끝나버리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때문에요. 그 두려움은 하루, 이틀 어떨 때는 며칠 동안 저를 괴롭히기도 하지요.

저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 말고도 여행을 좋아해요.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여행가들처럼 1년 동안 세계일주를, 한 달 동안 한 도시 살기와 같은 멋진 여행은 아니에요. 겨우 겨우 일주일 휴가를 받아 남들이 가는 그런 여행 장소에 남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를 가기에 바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행이 좋아요. 여행을 통해서 얻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예요. 평소에는 보지 못하는 일상의 작은 부분을 관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소한 삶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해요. 새로운 도시에서 그들의 문화를 배우기도 하고 또 돌아갈 곳이 있는 내 작은 일상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답니다. 내가 모르는 어떤 도시로의 탐험은 저를 항상 흥분하게 하고 그 설렘과 흥분은 제 일상을 버티게 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이런 제 삶을 통해 때론 많은 것들을 깨닫기도 합니다.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고 있더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상처받고 울어도 보고 기뻐도 해 보고 힘들어도 해 본 후 배우게 되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쓰고 있어요. 당신이 당신 집에 있는 성냥개비를 바라보며 시를 쓰듯이 말이죠. 제 글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많이 읽히길 바라며 말이죠.


패터슨 씨, 오늘 당신은 당신의 일상에서 무엇을 보며 시를 쓰고 계신가요?

 

< 영화 패터슨 속, 출처 구글이미지>



때론 빈 페이지가 가장 큰 가능성을 선사한다.
- 영화, 패터슨(Paterson, 2016)



** 영화 패터슨을 보고 쓴 글입니다. :) 영화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 주의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인 ‘패터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패터슨은 일을 마치면 아내와 저녁을 먹고 애완견 산책 겸 동네 바에 들러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일상의 기록들을 틈틈이 비밀 노트에 시로 써내려 갑니다. 영화는 반복된 일상에서 시를 써 내려가는 패터슨의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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