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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갱 Jul 28. 2023

공간은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이다

그러니 거울 닦듯 반짝반짝 닦아주고 빛내주자

 2년 살던 집을 떠나 이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여 얼마 전부터 버릴 물건들은 버리고, 당근마켓에 팔 물건들은 모아두며 정리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제는 어지러웠던 집이 조금은 덜 어지러워지며 정리가 되어 보였다.


 사실 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짐이 엄청 많거나 큰 가구를 많이 가진 상태는 아니었다. 5평 정도 되는 작은 원룸 오피스텔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풀옵션인 데다 작은 붙박이장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사서 들어간 가구는 침대 매트리스, 책상, 의자, 조립식 선반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평소 물건을 이것저것 사서 모아두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물건도 많이 없었다. 옷은 좀 있는 편이라(그래도 다른 여성분들에 비하면 적은 편인 것 같기도 하다) 옷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본가로 보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이사 갈 집에는 수납을 위한 가구를 구매할 예정이다.


 그래도 이사 갈 집에 최대한 가볍게 가기 위해 쓰지 않고 모아둔 쓸데없는 물건들은 버리고, 팔 수 있을만한 옷들은 모두 당근마켓에 팔거나 나눔을 할 예정이다. 평소 쓸데없는 것들은 잘 안 산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버린 물건들이 꽤 있다. 이렇게 정리를 하면서 내 소비 습관에 대한 반성도 할 수 있는 것 같다.


 새 집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아무 물건이나 생각 없이 구매하는 것이 아닌, 정말 내가 잘 쓸만한 물건 중 튼튼하고 좋은 것을 적당히 사려고 한다. 물론 내가 허용할 수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말이다. 물건은 좋으면 좋을수록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가격이 치솟기 때문에.


2년 전,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찍어본 나의 책상. 지금은 절대 저 상태가 아니다. 여러 물건들이 추가되었다.


 이렇게 조금의 정리를 하고 나니, 어지러웠던 방은 정돈이 되었고 내 마음과 생각도 함께 정돈이 되었다. 사람들이 내게 "행복한 순간이 언제예요?"라고 물으면 나는 "제가 제일 행복한 때는 청소와 정리를 할 때, 그리고 그것을 마치고 그 정돈된 공간을 바라보며 쉴 때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정리 정돈, 청소는 내 일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내게도 집이 더럽거나 어지러운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그에 따라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면 내 공간은 항상 더러웠다. 현관, 주방, 냉장고, 화장실, 옷장, 서랍장, 책상, 침대 할 것 없이 모든 곳이 질서 없이 어지럽혀져 있었다. 그러니까, 내 공간과 집이 어지럽다는 것은 내 마음과 정신 상태도 어지럽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공간은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이 아닐까.


 뉴스 기사를 보며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세입자가 집에 쓰레기 산이 생길 정도로 온갖 쓰레기를 쌓아놓고 살다가 도망을 간다는 사건을 종종 보았다. 임대인과 그 집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도망을 간 범죄자들이기 때문에 그들과 그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임대인, 세입자 모두 안타까운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상태일수록, 아무리 잠만 자는 공간이라도 정리하고 청소한다면 그 어지러운 마음 상태가 조금이나마 나아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힘들 때 나의 집은 정리나 청소에 크게 시간을 쏟지 않는 친구들이 보면 평범하다고 할 정도의 상태이긴 했지만, 내 기준에서는 더러운 집을 청소하니 마음과 정신이 맑아졌기 때문이다.


 공간은 채울 때보다, 비울 때 더욱 우리의 마음에 안정을 주는 것 같다. (그렇다고 너무 넓은 공간을 텅텅 비워놓는 것을 지향하라는 말이 아니라, 적당히 비워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이다.) 이러한 '비움의 미학'은 비단 공간에 한정되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의 인생, 삶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나는 살면서 하고 싶은 걸 다 해봐서 인생이 재미가 없고 공허했던 때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어느 정도 '비움'이 있어야 그 빈 곳을 채우는 재미도 있고, 성취도 있고, 살아갈 원동력도 있는 것이다. 인간은 비울 때 비로소 행복해지고 편안해지는 것 같다.

 법정스님의 <무소유>에서 스님께서는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앞으로도 비움의 미학을 마음에 새기며 물건과 욕심은 덜어내고, 내 속과 마음은 채우는 삶을 살아야겠다. 물건은 필요한 것만 적당히 가볍게, 속과 마음은 묵직하게 말이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무소유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으면 바로 읽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에서 공원 같은 녹지를 조금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빌딩은 이제 그만..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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