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이가 차면 생의 마지막에 대한 막연한 예감을 하게 되는 빈도가 잦아진다.
며칠 전 평소 가까이 지내는 동창 부부들과 함께 춘천으로 점심을 겸한 연초 나들이를 나갔다. 오가는 차 중에서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건강 문제였다. 혈압, 당뇨, 녹내장, 콜레스톨, 치매, 골다공 등 주로 노인병에 대한 주제로 서로의 지식과 경험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해가 바뀌고 나이가 한 살 더 불어나니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생의 마지막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인 듯했다.
여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갱신을 하려고 어제 가까이 있는 여권 민원실에 나갔다. 새로 발급받을 여권의 유효기간이 2030년 1월 **일이다. 이 날이 어쩌면 내 생의 나의 유효기간과 비슷하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예상치도 못했는데 갑자기 찾아온 참으로 씁쓸한 느낌이었다.
오래전 가입한 개인연금 기간이 만기가 되어 갱신을 하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며칠 전 은행에 나갔다. "지급 기간을 몇 년으로 할까요?" "10년으로 해주세요" "10년 후 잔액이 없어지는 조건으로 해주세요" 나도 모르게 담당자에게 제시하고 나니 그렇다면 앞으로 10년만 살 것인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일어서니 역시 씁쓸한 기분이 한참 동안 떠나지를 않았다.
12년 타던 자동차를 개비하기 위해 새 차를 두고 2년 전 잠시 고심한 적이 있다. 이번에 구입할 새 차가 내 생의 마지막 차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한 적이 있다. 아니다, 다시 한번 더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확신을 한 후에 최종적으로 차종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작년부터 몸에 하나 둘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통풍이 시작되고 갑자기 망막에 출혈이 생겨서 장기 치료에 들어가야만 했고 여기에 더하여 왼쪽 새끼손가락에 제법 눈에 띄는 변형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나 피해 갈 수 없는 노화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며칠 전 비슷한 연배의 자매가 신차를 구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에 구입할 차가 자매에게는 어쩌면 마지막이 되겠구나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의 일이 아니고 바로 내 일인데도....
"마지막이다"라는 말은 사람을 참으로 슬프게 한다. 이별이고 기회의 박탈을 연상시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한마디가 이제는 남의 것이 아니라 모두 내 것이다라는 확신이 작년부터 들기 시작했다. "마지막"이 올해의 화두로 시작하는 한 해가 시작되어 벌써 보름이 지났다.
"나의 남은 날들이 모두 당신 손안에 있습니다"를 진심으로 절대자에게 고백하면서 더 겸손한 마음과 더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하나님께 기원하며 2020년을 힘차게 다시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