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재래시장
새로운 지역을 여행할 때면 짬을 내어 찾아가는 곳이 하나 있다.
바로 전통 재래시장이거나 시골의 5일장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형태만 조금 다를 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그 나라 지역 특성에 어울리게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외국 출장길이나 여행을 할 때 일정상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빠뜨리지
않고 재래시장(Public market)을 찾아간다.
나의 이 버릇은 이십 대 초반부터 생겨났다.
고향을 떠나 60년대 중반부터 서울에서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
지금은 무엇을 적게 또는 먹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어떻게 하면 먹고 싶은 것을 더 많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대였다.
하숙집 푸성귀 반찬은 항상 양도 차지 않았지만 우리들 입맛에 맞지도 않았다.
식탁을 대할 때마다 항상 그립고 먹고 싶어 지는 음식은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생선찌개나 생선구이들이었다. 당시에는 이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고향집 밥이 그리워지거나 부모님 얼굴이 갑자기 보고 싶어 지는 날에는
하숙집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발길을 옮겨 놓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냉동시설이 열악했던 당시 재래시장 생선전에서 풍기는 악취는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하고 역했다.
이 악취가 바로 우리 같은 촌놈들의 향수병을 달래주는 치료 약이 되었으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참 우습고 바보스럽기도 한 씁쓸한 추억중 하나이다.
결혼 전 테이트 시절 지금의 아내와 함께 자주 찾아간 곳은 동대문 광장
생선 골목시장 안에 있는 먹거리 골목이다.
왜 이런 곳으로 데리고 오느냐고 핀잔도 많이 받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학창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찾아간 바로 이곳이었다.
오늘 아침 이곳 싱가포르에 사는 딸 내외와 함께 새벽 산책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이곳 재래시장에 들어갔다.
이곳은 도시국가라 이런 재래시장이 없는 줄 알았는데 중국인들을 상대로
아침에만 잠시 영업을 하는 제법 규모가 큰 재래시장이 있었다.
먼저 과일 가게에 들어가니 싱싱한 제철 열대 과일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Durian, Jack Fruit, Mangostin, 망고, 파파야, Passion Fruiet 등 닥치는 대로
바구니에 주워 담았다.
다음은 기대를 잔뜩 하고 들어간 생선가게, 새우는 물론 병어도 있고 갈치, 오징어,
전갱이, 조기, 광어 등 우리 눈에 익숙한 생선들이 꽤 많이 있었다.
열대지방이라 싱싱한 횟감은 찾을 수가 없었고 매운탕 재료를 찾던 중 싱싱한
다금바리가 내 눈에 들어왔다.
1.5kg 정도 되어 보이는 제일 큰 놈으로 골랐는데 우리 돈으로 이만 원 달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잡화 가게를 지나 빠져나오려는데 아내가 진열된 몸뻬(?)를 발견하고는
하나 사달라고 청을 하였다..
시골 재래시장에 함께 갈 때마다 좋은 옷 한 벌 사 주겠다고 농담을 하며 몸뻬를
권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 사 달라고 했다.
바로 거금 S10$(|8,000원) 내고 화려한 보라색 몸뻬를 사서 아내에게 선물했다.
임마누엘 웅가로 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색깔에다 소재의 때깔마저 진짜로 고왔다.
아내가 만족해하는 걸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계획 없이 지나가다 들른 이곳의 재래시장, 지금까지 둘러본 어느 다른 나라의
재래시장에서 보다 많은 물건도 사고 아내를 위해 거금(?)도 투자하였다.
2019년 S'por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