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슬림

by 김 경덕

이 서부 여행


어릴 적엔 부끄러움을 하도 많이 타서 사람들 앞에 나서면 말은 많이 더듬었다ㆍ

어느 때부터인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서 지금은 완전히 주책바가지 영감으로 변신해 있다.

어제는 뻔뻔스럽게도 전후 좌우에 여자 하나씩 총 4명을 거느리고 무슬림 교도처럼 잠시 머물고 있는 L.A 인근에 있는 Chino hills 집을 나셨다.

마침 산호세 아들네 집에 와 있던 고향 죽마고우가 하도 나의 처지가 하도 애처로웠던지

'여자 등살에 끼워 기를 못 펼 불쌍한 동생(?) 어쩌나?'라고 카톡으로 위로까지 해주었다.

L.A 북쪽으로 약 300km 태평양 연안에 자리한 Sycamore Spa & Resort를 찾아 올라간 것이다.

계속된 가뭄과 고온 현상으로 주변 산과 구능들은 폭발 전 화약고처럼 온통 누렇게 말라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찾아간 리조트에는 계곡에 나무도 많았고 개천에는 흐르는 물도 제법 많았다.

있는 그대로 자연 지형물을 이용하여 겸손하게 자리 잡은 시설물들이 편안하게 우리들을 맞이하여 주었다.

특히 각실 베란다에 설치된 개별 욕조에 온천물을 받아놓고 몸을 담그니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온 천하를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산책 채비를 하고 나서니 두 개의 코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개천을 따라서 걷는 평탄한 Trail Course와 뒷산을 오르는 Tracking course가 있었다.

3/4 마일이라는 이정표를 가볍게 생각하고 Tracking course을 택했는데 경사가 제법 있고

미끄러워서 인지 정상까지 올라 가는데 족히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정상에서 내려다본 반대편 Avila beach와 태평양은 여기 올린 그림보다 실체가 훨씬 더 아름다웠다.

여유 있게 내려와서는 정상에서 내려다본 Avila Beach를 차를 몰고 직접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이곳의 전문 낚시꾼들이 찾아가는 조그만 시골 어촌 마을이었다.

경치가 하도 빼어나서인지 근자에 들어선듯한 휴양 시설 몇 곳이 눈에 들어온 뿐 특별히 눈여겨볼 만한 곳은 없었다.

때를 넘긴 시간이라 시장기가 급하게 상승해 있었다. 즉석 인터넷 추천을 받아 찾아간 레스토랑 이름은 'Fat Cats' 즉 뚱뚱한 고양이였다.

망설이다 해산물 튀김 요리를 한 접시 주문했는데 잠시 후 테이블에 놓인 접시를 보고서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커다란 접시 위에 왕새우 두 마리, 갑오징어 몸통 두쪽, 가리비 다섯 개, 대구살 세 쪽 , 오징어에다 이름 모르는 해물 튀김 종류가 서너 가지 더 올라와 있었다. 이것이 24 usd 가성비가 엄청 좋았다.

왜 이 집의 상호가 'fat cats'인지 그제야 짐작이 갔다.

여기에다 화이트 와인 한잔이 있었으면 딱 좋았으련만,,,,,,,,

기대하지 않았던 미지에 와서 이렇게 우연히 만나는 맛난 음식, 자유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요 묘미다.

'여러분, Avila Beach로 꼭 한번 놀러 가 보세요!'


2018년 1월 5일 L.A에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행의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