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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몽 길
by
김 경덕
Jan 11. 2022
볼몽 길 253
제주도 서귀포
앞바다에는 바위섬 세 개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누워있다. 이름하여 섶섬, 문섬, 밤섬이다. 이 섬들과 얼굴을 마주한 지가 벌써 반세기 가까이 되었다.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1975년 3월
신혼여행 때이다.
한창 혈기가 넘치는 때라
수영으로 한번 건너가 보고
싶어 지기까지 하였다.
지금처럼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기
전인 90년대 초반에
낚싯배를 타고 문섬에 들어가 잠깐 발자국 흔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후
여러 차례 이곳에 내려올 때마다 이 섬들과 마주하다 보니 어느새 정이 잔뜩 들고 말았다.
8년 전 이웃에 살았던 교우가 이곳
보목항 인근으로 새집을 지어 이주를 하였다.
제주도에서 가장 기후가 온화하다는
재지기 오름 바로 동편 지금의 행정 구역으로는 송산동
볼몽 길 253이다.
덕분에 매년 한
두 차례 이상 이곳에
내려오게 되었다.
여기에 내려와 이 집에 머무를
때마다 이른 아침이면 항상 재지기 오름에 올라간다.
오르는 길은 300계단 정도의 가파른 계단이다. 그렇지만 정상은 제법
여유로워 주민들을 위한 체육시설까지 갖추어 놓았다. 여기에 오르면
서귀포 일대의 전경이
한눈에 시원하게 들어온다.
동쪽으로는 제주
앞바다의 황홀한 일출을 볼 수 있고 북으로는 막 잠에서 깨어나는 한라산 정상이 손에 잡힐 듯이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산방산과
송악산 까지도 아련하게 시야에 잡힐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남쪽으로 눈을 둘리면
바로 서귀포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고
그 앞에 편안히 누워있는 섬들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부터
범섬, 문섬 그리고
바로 발치 끝에 있는 섶섬이다.
자주 만나야 정이 들듯이 이
새섬 중
가장 자주 만나 정이
듬뿍 던 섬이 섶섬이다.
지금 서 있는 재지기 오름과 오누이 간이라도
한 듯 비스듬히 마주 보며
말없이 정을 나누고 있다.
갯가 출신들에게는 갯내음으로
쉽게 추억을 더듬는다.
갯 바랑과
갯내음 따라 꿈속의 고향으로 찾아가기도 한다.
고향땅 부산 그리고 방학 때만 되면 매년 찾아갔던
외갓집이 있던 기장 연화리 그 갯 냄새가 뇌리 속에 너무나 깊게 박혀 있다.
어릴
적 따개비 따며 놀았던 기장 연화리 앞 죽도를 지금 내려다 보이는 이 섶섬과 바꾸어 놓고
세월을
거꾸로 돌려 본다.
세월은
흐르고 산천이 변해도 추억은 이래서 아름다운가 보다.
재기지와
섶섬 간의 오누이 사랑을
나의 사춘기 시절
짝사랑하였던 세일러복 입는 아랫마을 여학생으로 바꾸어 놓아 본다. 그리고
"숙아!
내 니 되기 좋아했다."
라고
마음속으로 한번 조용히 읊조린 후 재지기 오름을 조심스럽게 다시 내려간다.
2022,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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