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산에서

by 김 경덕

종자산


이곳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산로 122, 산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힐링 휴양 마을이다.


한 밤의 정적이 무섭도록 고요하다.

잠결에 눈을 뜨고 보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진다. 잊어버렸던 고향 친구가 한 밤중에 몰래 찾아온 것 같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가 밤하늘에 가득하다.

쏟아지는 별들이 방안에 누워서 하늘창으로만 보지 말고 밖으로 나오라고 한다.

한숨 자고 일어났는데도 숨소리가 가팔라진다.

베란다 문을 열고 조용히 밖으로 나갔더니 갑자기 별들의 이야기 소리가 뚝 끓어졌다.


대신 숲 속 나무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가까이 있는 굴참나무가 열심히 몸을 떨며 연주하는 모습이 제법 선명하게 보인다. 어두움 속에 구분은 안되지만 졸참, 갈참, 떡갈, 신갈, 상수리 같은 참나뭇과의 나무들이 앞자리에 앉아 현악기군을 형성하고 있다.

그럼, 관악기 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바로 옆 작은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럼 타악기는? 등을 들어낸 저 바위에 부딪치는 바람소리가 타악기 역할을 하는 있는 것일까?

지휘자도 없이 재 각각 내놓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멋진 화음이 되어 내 가슴속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나도 모르게 먼 옛날 고향으로 달려 내려간다.

그때는 소나무가 항상 전면에 앉아 주요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그런데 지금은 뒤로 밀려나 버렸다.

숲 속에서 나는 교향곡 소리는 지난날과 무엇이 다른지 가름할 수 없지만 소리를 타고 전해지는 냄새는 분명히 다른 것 같다.

그 옛날 고향 산천이 그리워진다. 마음이 어느새 고향마을 뒷동산 키 작은 소나무 밑에 와 앉아있다.

한숨을 돌리고 나니 그제야 관악기 역할을 하는 개울물 소리가 제대로 귀에 들어온다.

아, 저 소리만은 옛날 그대로구나!

지금 나이에서 60을 빼니 소리 공식이 이꼴(equal)이 된다.

참으로 부질없는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기후도 변하고 사람의 기호도 많이들 변했다.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은 저 물소리뿐이다. 물소리가 갑자기 차갑게 느껴진다.

한밤중에 밖에 나와 앉아 떨고 있는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추석 후 첫 상현달이 얼굴을 서서히 내밀기 시작했다. 아직도 얼굴이 붉다.

하얀 만월이 되려면 아직도 여러 번 세수를 해야 되나 보다. 후회의 세수일까? 아니면 참회의

세안일까?

별들이 하나둘 얼굴을 감추기 시작한다.

갑자기 한기가 느껴졌다.

세월의 한기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얼마 있으면 아침이 다시 온다.

매일매일 맞이하는 세월 속의 아침을 추억 속에 담으면서 우리는 서쪽으로 석양만 바라보고 걸어간다.

오늘도 떠 밀리며 걸어간다.

2022, 9, 20일

종자산 선 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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