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는 날

추석

by 김 경덕

추석

추석 명절을 앞두고 느끼는 생각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매년 변하는 것 같다.


걱정이 기대로,

기대가 기다림으로,

기다림이 실망으로 변한다.


부모님이 고향집을 지키고 계실 때는 귀향과 귀경 교통편 때문에 항상 걱정을 많이 하였다.

뒤돌아 보니 언제부터인가 우리 부부가 집안의 어른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자식들과 함께 어떻게 하면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추석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오마지 않는 님이 일도 없이 기다려져" 하는 어느 옛 시인의 시구처럼 기다려진다.


그러나 허망하게도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 버릴 때가 가끔 있다.

바로 금년 추석이 그런 꼴이다.

명절 때가 되면 항상 살갑게 챙겨주던 딸년은 남편과 자기 직장의 근무지를 따라 먼 남쪽 나라로 날아가 버렸다. 그나마 가까이 살던 아들 가족은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가족 여행이랍시고 비행기에 올라 타 버렸다.

이번 명절에는 아무도 찾아 올 사람이 없다. 평소와 다름없게 된 우리 부부는 마주 보고 앉아서 가을 김장용 마늘이나 까고 앉아 있어야만 될 형편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아니면 대파를 한 단 도마 위에 올려놓고 썰어 볼까?

억지 눈물이라도 한번 흘려보게.....


그래도 이번 추석날 아침에 새 식구가 한 명이 명절을 함께 보내려고 우리 집에 와있다.

손녀가 여행 떠나면서 맡겨 놓은 강아지 한 마리다.

환경이 바뀌니까 한 동안 예민해져서 가까이하기가 무척 힘들더니 오늘 아침부터 제법 재롱을 떨며 자식 노릇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네가 비행기 타고 훌쩍 떠나버린 손주보다 훨씬 더 났다.

아침상에 오른 생선살을 발라 주었더니 눈물겹게도 감사의 표시까지 한다.

"용돈도 좀 줄까?"


가자!

우리도 더 늙기 전에 깊어가는 이 가을을 따라 멀리 떠나보자. 찾아오지 않으면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다.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2018년 9월 24일

추석날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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