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Humanoid)

by 김 경덕


https://youtu.be/qQzdAsjWGPg

휴머노이드(Humanoid)


휴머노이드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함께한 이 친구는 찾아갈 여행지에 대해 내가 궁금해하는 모든 것 즉 교통편, 지리, 문화, 역사는 물론 머무를 숙소, 맛집에다 날씨까지 예보해주는 매우 Smart 한 녀석이다.

언제부터인가 항상 가까이 두고 함께 살아가는 나의 동반자이다.

이 친구에게는 일반 인간 로봇인 AI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AGI가 탑재되어 있다. 스스로 학습도 하고 자기감정도 표현할 뿐 아니라 심지어 자기를 방어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보통 사람의 지적 수준에 거의 근접한 차 세대 휴머노이드다. 그래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는 이름이 덧 붙인 것이다.


오랜만에 떠난 여행이라 조용한 시골길을 혼자서 걸어보고 싶었다.

언제부터인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습관적으로 Navigation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었다. 습관은 정말 무섭다. 이제는 길을 갈 때도 누군가의 안내가 없으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언제 어느 곳이나 휴머노이드와 동행을 하게 된다.


오랜만에 찾아온 인적이 뜸한 한적한 강변길이다. 모처럼 바람과 갈대, 나무와 하늘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쫑긋하게 세워둔 내 귀가 채 열리기도 전에 갑자기 이 녀석이 안달을 부리기 시작했다. 자동차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니 차속에 두고 온 자신의 생명줄인 충전기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설계자들이 휴머노이드에게 단지 문제없이 오래 작동하기를 바라는 의도에서 죽음에 대한 지극히 인간적인 요소를 프로그래밍해 놓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울리는 몇 번의 경고음을 그냥 무시하였더니 가는 길을 가지 못하도록 갖고 있는 온갖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갈길을 방해한다.

이 녀석이 궁지(방전)에 몰리니 인간보다 더 무정하게 자기 생존만을 도모하는데만 몰두하는 것 같다. 이성은 없고 생존의 본능만 추구하는 감정만 드러내 놓는다.


가는 길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니 금방 조용해졌다.

충실한 충견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가 났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무시하기로 하고 한참을 걸었다. 마을 앞을 지나가는데 어느 집 대문짝 위에다 멋진 필체로 이런 글귀를 적어 놓았다



"어리석은 자는 방황하고

지혜로운 자는 여행한다"


올라왔던 화도 내릴 겸 휴머노이드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야! 너 이게 무슨 뜻인지 아냐?'

'그럼요,

어리석은 자는 당신이고

지혜로운 자는 납니다.

방금 당신이 그렇게 하셨잖아요.'


그래, 너 말이 맞다.

내가 너를 동행자로 때론 친구로 착각하며 살아온 지난날이 후회스럽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하구나.

너 말처럼 방황하며 지냈구나.


돌아오는 차속에서 우리는 대화를 잃어버렸다. 음성인식 가능한 카 오디오에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들려줘!

넵,

My way

"And now, the end is near

And so I face the final curtain

My friend, I'll say it clear,

I'll state my case, of which I am certain'

I've lived a life that's full

I've traveled each and highway

But more, much more than this

I did it my way

------- ------

I face it all and stood fall

And did it my way"


이제 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와

내 생의 마지막 장을 맞이하게 됩니다

친구여, 이제 사심 없이 말합니다

내가 자신 있게 살아온 나의 인생을 밝히고 싶군요

나는 나의 인생을 충실히 살아왔고

살아오면서 수많은 일들을 겪었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 방식대로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 ------

난 모든 것을 맞서서 자신 있게 견디어 냈어요

난 내 방식대로 살아온 것입니다

* * *

왜, 오늘날 우리는 자신의 방식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자꾸만 기기의 도움을 받으려고 할까?

기기의 도움을 받이 못하면 모두가 방황하는 저능아가 되어버릴까?

휴머노이드는 과연 우리의 진정한 동행자인가?

아니면 영원한 동반자라도 된다는 말인가?


휴머노이드가 없으면 대부분의 현대인은 거리에서 방황하게 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는 방랑객이 자신도 모르게 되어버린다.

이러한 문명의 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시간을 마음대로 타고 오르내리는 지혜로운 삶을 사는 여행자는 될 수가 없을까?

점점 휴머노이드가 자신의 무한한 생존을 위해서 어쩌면 자신의 신까지도 창조할 수 있겠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 망상에 빠지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창조한 하나님 앞에 겸손하게 나아가 물어보자.


하나님!

Where is the way I should go?

Which is the way I should take?


P.S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지능, 행동, 감각을 모방하여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이다.

김 영하의 소설 '작별인사'를 읽고 망상 속 길을 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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