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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Oct 21. 2023

발칸기행 8

발칸기행 8


오늘은 주일이다.

박물관 가는 길목에 있는 정교회에서 들리는 찬양 소리 듣고 무심코 따라 들어가 이곳 사람들과 함께 잠시 예배를 드렸다.


"길레그네이숀!" 

("주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신부가 향로등을 앞뒤로 흔들면서

계속 외친다. 이곳 정교회 신자들은 구원을 받았다고 하지 않고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해 달라고 간구한다.

교회마다 인간의 감각과 솜씨를 동원하여 천정과 벽에 성경 말씀 속의 한 장면이나 과거 성인들의 모습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화는  프레스코화로 인물은 대부분  이콘화이다.

당시는 필사본 성경은 매우 귀했다. 아무나 소유하거나 읽을 수도 없었다. 구전으로 전해주는 성경말씀이나 이러한 그림을 바라보며 이들은 자신들의 신앙심을 발원시켰다.

바라보고 상하는 자체가 기도이며 때론  예배가 되기도 하였다. 큰 교회일수록 성인들 외에 건립 당시의 권력자나 성직자의 모습도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후세인들에게 끝없는 조롱을 받아야 하는 본디오 빌라도처럼 이들도 불명예 사자들이다.


 아테네 - 데살로니키


박물관 입구 지하에는 고대 건축물 유구가 있는데 어떤 것인지 안내문이 안 보인다. 인당 20유로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 침략 시 무수히 파괴된 아크로폴리스는 로마시대에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 등 일부 시설이 더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박물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유물들은 페르시아 침략 시 파괴된 것들을 아테네 인들이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발굴하였다. 그리스 상고기의 조각작품을 대표하는 몇몇 작품들과 아테네 은화, 에렉테이온의 여신상 열주, 그리고 로마시대인 기원후 2세기 아테네의 미니어처가 인상적이었다. (여섯 여신상 중 하나는 영국이 가져갔다고 한다. 80년대에 그리스 여성 문화부장관 멜리나 메르쿠리가 영국노동당과 문화유산 반환협상할 때 노동당이 집권하면 돌려준다고 했다는데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박물관 3층에선 삼성 QLED 대형화면으로 아크로폴리스의 역사가 상영되고 있는데, 인상적인 장면은 오스만튀르크 당시 파르테논 신전에 미너렛을 세우고 모스크로 사용한 것이었다. 고대 아테네인들, 그리스인들의 정신적 종교적 상징인 건물이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고 또 천년 후 오스만 튀르크에 의해 모스크로 활용되는 것을 목도한 아테네 인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유럽의 역사는 끝없는 전쟁의 역사라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 세워 놓은 전쟁과 승리의 여신 아테나도 결국은 아테네를 지키지 못했고 스스로도 먼 나라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렇게 수많은 전쟁을 치르면서도 아테네 인들은 인류에게 철학과 미술과 민주주의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겨주었으니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후 비행기로 데살로니키로 돌아간다. 일박한 후 공항에 주차해 두었던 차로 내일은 이번 여행의 가장 긴 당일 코스 약 700km 이상을 달려가야  이스탄불이다.

  2023,10,15


빌립보(Philippi)

빌립보는 데살로니키에서 이스탄불로 가는 길목에 있다. 2시간을 달린 후 카발라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내륙으로 약 20km 더 들어갔다. 이곳은 기원전 6세기경 인근에 있는 Thasos섬사람들이 이주해와 정착한 곳이다.

땅이 비옥하고 값진 광물이 나와 짧은 기간 안에 규모를 갖춘 도시로 발전하였다. 기원전 3세기 북쪽의 마케도니아 황제 필립 2세(알렉산더의 부)가 이를 시기하여 무력으로 이 지역을 점령한 후  도시 이름이  Philippi가 되었다.


여기는 비단장수 성녀 루시아의 고향이다. 그래서 빌립에는 사도 바울과 성녀 루시아를 기리는 기념교회가 있다. 바울이 데살로니키에서 심한 박해를 받고 한 때 이곳으로 피신하였다.

여기서도 유대인들의 시기와 고발로 감옥에 갇히기도 하였다.

바울의  족적을 따라 루시아 기념교회를 방문하여 바울이 발을 씻었다는 인근 개울물에 직접 발을 담가 보았다. 바울이 갇혔다는 감옥을 돌아보고 유적지 언덕을 내려오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져 있다. 오늘은 갈 길이 멀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해서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왔다.

성 루시아 기념교회
교회앞 개울과 바울이 갇친 감옥
사도 바을
성 루시아

다시 세 시간을 더 달리니 그리스 터키 국경이 나왔다. 다른 EU 국가 간의 국경보다는 분위기 자못 삼엄하다. 무장한 군인들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니 느낌이 별로다.

그리스와 터키 간 오랫동안 쌓인 역사적 감정의 골이 실감 나게 느껴지는 장소다.

국경에 있는 보세구역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 후 나오니 비가 내린다. 스마트폰의 내비는 290km를 찍는데 주행 시간이 4시간 반이 걸린다고 한다. 늦기 전에 이스탄불에 들어가려면 엑셀레이터를  열심히 밟아야겠다.


 2023,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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