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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Oct 21. 2023

발칸기행 7


발칸기행 7


이번 여행의  일정은 상행선 4일, 하행선 4일 그리고 이스탄불에서 이틀을 휴식한 후 귀국하게 짜여 있다. 오늘이 하행선 3일 차이다. 아테네에서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다. 그동안 누적된 피로와 풀려가는 긴장 때문인지 자리에 앉기만 해도 눈이 감기며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고린도

출발 전 사도행전 중에 이곳과 관련이 있는 장들을 찾아 읽었다. 아테네에서 바다를 끼고 한 시간 반을 달려가니 고린도 운하가 나왔다. 에게해에서 이오니아 해까지 필로폰테스 반도를 빙 돌아가는 500km 항로를 6.5km로 단축한 인간의 대역사이다. 운하가 없을 때는 배를 땅 위로 울린 후 굴려서 이동했다고 한다. 메흐메프2세가 1253년 콘스탄티노플성을 공략할 때 바로 이 방법을 사용하였다.  마침 이오니아 해 쪽 입구에서 배가 들어오는 때에 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다리가 바닷물 속으로 빠져들어갔다가 올라오는 시스템라 무척 흥미롭게 보였다.


고린도에 있는 사도바울을 기념하는 정교회에 들렀다가 고린도 유적지로 갔다. 비록 열주 (당시에는 기둥을 이어 붙이는 기술이 없어서 하나의 통돌로 기둥을 깎았다.) 몇 개만 남아 있지만 아폴론 신전이 자태를 뽐내며 맞이해 준다. 그 옆으로 그리스 3대 비극 중 하나인 메데이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바위를 지나 박물관에 입장하니 제일 먼저 우뚝 서있는 조각상 두 점이 내 눈에 들어온다. '아르카익 스마일(고졸의 미소)'라 불리는 기원전 6세기 경 그리스 초기 조각이다. 이것만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뒷모습만 겨우 한 장 찍었다. (내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서 마저 더 봐야지). 소크라테스가 크리톤에게 유언하기를,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닭 한 마리 빚졌으니 갚아달라고 유언했다는 바로 그 의학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방, 고린도 사람들의 투구, 선사시대의 다기 등 수많은 유물들을 보고 나오니 시대가 바뀌어 바로 로마시대 포룸이 나타났다.

한쪽에선 둥그렇게 서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도 있고 연단 아래에서 사도 바울이 당시 총독 갈리오에게 재판을 받던 (사도행전 18장) 장소도

있다. 디오니소스가 햇볕을 가리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건물 입구 등 여러 역사적인 장소들에 서니 가슴속으로부터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아, 역사의 무게여!

바울이  갈리오에게 재판 받은곳


고린도 유적지를 나와 바닷가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사도 바오로가 전도여행 시 배를 타고 도착했던 켕그레애(겐그리아) 부둣가로 갔다. 조용하고 한적한 해변에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다. 이곳에 도착한 바오로는 12km를 걸어 고린도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시리아로 떠나면서 머리를 깎았다. (사도행전 18장)  

바울이 두 차례 이용한 옛 부두

바다가 잘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다음으로 간 곳은 해변 휴양지 나플리오. 베네치아령이었던 이곳에선 약간 서유럽 분위기가 난다. 한국 드라마 촬영지였다는 곳에 가서 내려다보니 그리스는 과연 바다와 섬이라는 걸 확실히 느끼게 해 준다. 밝은 햇살 아래 푸른 하늘과 파란 지중해 바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 바다에서 페르시아와의 살레미르 대 해전 그리고 인근의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끝없는 내전이 치러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대 살육전이 연달아 펼쳐졌다니 상상하기 어렵다.

인간의 욕심은 결국 자연만이  잠 제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닭게 된다.


아테네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고 아크로폴리스 야경을 보러 갔더니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에서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애절한 듯 호방한 듯한 선율이다. 가사는 못 알아듣지만 한이 섞인 우리 가락 같기도 하고 파두 같기도 하고 스페인 음악 같기도 하다.


아테네에서의 두 번째 밤이다.


2023, 10, 14

      고린도, 아테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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