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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경덕 Jun 21. 2024

풍도

  풍도

제주도를 난장판으로 만든 장맛비가 다음 주 초에는 중부지방까지 올라온단다. 전매특허 역마살 끼를 발동하여 장마 빗발이 돋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섰다.

사실은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대 이작도행을 타려고 했었는데 출항시간을 잘못 알아서 그만 배를 놓쳐 버렸다. 분명히 대부해운 앱사이트는

출항시간이 9시 30분이었는데 9시 20분에 택시까지 타고  서둘러 갔었지만 페리는 9시에 출항하고 없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마침 9시 30분에 출항하는 풍도행 페리가 있어 무조건 승선해 버렸다.

풍도,  지명은 단풍 풍, 풍도였다. 그러나 구 한말

이곳 앞바다에서 벌어진 청일전쟁 이후 승리한 일본

사람들이 이 섬에 상륙하여 풍요로울 풍으로 바꾸어 쓰면서 지금까지 이 이름으로 굳어졌다고 한다.

크기는 1.84km 2,  해안이 비교적 단조로워 서해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갯벌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해산물 생산이 극히 빈약한 섬이다.

인천상륙작전 전사에 잠깐 나왔던 섬이기도 하다. 현재 거주 인구는 120여 정도이며 초등학교 분교마저도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 직전이다. 선착장을 기점으로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내심 마음을  굳혔다.

잘 정비된 해안도로와 벼랑 위로 난 숲 속  그리고 위험지역에 설치해 놓은 나무 데크등 트레킹 코스로는 손색이 없었지만 인적이 드문 탓에 가는 길에 벌써 우거진 넝쿨이 자주 길을 막았다.

노루귀, 복수초, 변산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등 야생화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철이 아니라 망초와 엉긍퀴 꽃만 자주 눈에 띄었다.

섬을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반이 걸렸다.  더위 탓에 조금 지치고 허기가 졌지만 이 섬에는 가게식당도 없었다.

지금은 오후 3시, 아침도 건너뛴 주린 배가 가끔 요란한 소리낸다. 혼자서 떠난 길이라 원망할 사람도 탓할 사람도 없다. 비어버린 배를 틀어 안고 인천으로 항하는 배에 다시 몸을 실었다. 조금 지친다.


  2024,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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