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방사 해우소

by 김 경덕

정방사 해우소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 금수산 자락 신선봉 바로 밑에 터를 잡은 정방사가 있다.

8부 능선, 깎아지른듯한 병풍바위 바로 밑에 요사체가 겨우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비좁은 자리에 짓다 보니 요사체가 층층이다.

맨 아래에 보이는 작은 집이 바로 해우소다.

하산길에 볼 일을 보려고 들렸는데 화장실 절벽 아래로 보이는 전망이 예사롭지가 않다.

전 날에는 신선봉까지 등반 후 하산하는 길이라 일행 때문에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산 아래에 있는 콘도에서 일박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해우소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 다음날 새벽 혼자서 차로 다시 정방사에 올라갔다.

새벽 안갯속으로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는 얼음골, 아직도 새벽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청풍호반, 새벽안개 너머로 살짝 얼굴만 드러낸 월출산,

년 중 최고로 맑게 보인다는 추석 후 첫새벽 보름달, 구름 한 점 없는 동쪽 하늘부터 서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절벽 위에 자리한 이 해우소의 구조가 조금 특이하다. 보통은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볼 일을 볼 때 문을 바라보고 앉는다.. 그런데 이 해우소는 들어가서 문을 등지고 앉아야 한다. 들어간 문의 반대편에 있어야 할

판자벽이 반쯤 열려있다. 쪼그리고 앉았을 때 눈높이에

맞추어 벽을 개방해 놓은 것이다.

자연과 벗하라고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건축 당시의 주지 스님께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싶다.


참배객들이 분비지 않는 조용한 시간대에 이곳에 올라가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느긋하게 시간 여유를 가지고 해우소에 들어가서 해우를 한 번하고 오시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우리나라 사찰 해우소 중 최고의 해우소이니까요.


20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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