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문경새재)

by 김 경덕

우리는 타칭으로는 공돌이 출신이고 자칭은 못골 출신이다.

험난한 세파, 6.25 4.19 5.16. 5.18에 12.3까지, 를 잘도 넘긴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들이다.

남쪽 끝 바닷가 부산에서 잔뼈가 굳었지만 백두대간을 넘어와 한양에 터를 잡았다. 살다 보니 이웃이 되었다.

이웃하는 공돌이 4명이 오랜만에 의기투합하여

원행에 나셨다.

나선 곳은 문경새재다. 비록 하늘은 흐렸지만 공기는 맑고 조령산 계곡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삽상하다.

잘 정비해 놓은 황톳길을 따라 제1관문인 주흘관을 들어서니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간밤에 내린 비로 불어난 계곡물이 연주하는 하모니다.

그리고 보니 오늘 나들이는 팔 학년에 올라온 우리들의 가을 원족이다.

팔순 노인들이라 중심추가 부실하기 때문에 낙상을 고려하여 제2관문인 조곡관까지 약 4km만 오르기로 했다.

서둘러 올라왔는 돼도 한 시간 반이 걸렸다.

등에 땀이 제법 찼다.

2 관문을 지나자마자 물가에 선체로 준비해 온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었다.

아쉬운 허기를 더 보충하려고 이곳에 자리한 주막에 들어갔다. 얼룩진 탁자 위에 놓인 상처 난 막거리 잔과 낯익은 부추전이 우리가 걸어온 지난날의 여정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였다.

수제비나 국수, 막걸리와 소주가 지난날 우리의 가까운 친구였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파스타와 피자 와인과 맥주는 사실 이방인이다.

잔 들고 바라보니 새재길로 한양으로 힘들게 올라가는 한 선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 선비의 모습이 경부선을 타고 추풍령을 넘은 지난날의 내 모습과 겹쳐져 보였다.


세월은 참 빠르게 흐르고 또 많이도 변했다.

어제는 조령을 걸어서 넘었갔지만 오늘은 걸어서는 넘어가지 못한다.

아침에 새로 개통된 KTX를 타고 이 재를 넘어왔고 저녁에 다시 이 길로 돌아갈 것이다.

저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저 새처럼 자유롭게 조령을 넘어가지 못하고 이제는 어두운 지하 터널로 지나가야만 한다.

그 길로 우리는 집으로 아니 고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가기 싫지만 언젠가는 가야 하는 어두운 터널길로..,


80대에 들어서니 세월의 속도가 시속 80km로 빨라졌다. 시속 80km 보다 더 빠른 KTX를 타고 다니면서 세월이 빠르다고 원망한다.


천천히 가자!

쉬면서 가자!

쉬엄쉬엄 걸어가자.

언제 다시 힘이 들더라도 조령의 마루턱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마지막 제3관문까지 걸어서

넘어가 보자.

남아 있는, 가야 할 길은 가깝기도 하지만 또 멀기도 하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20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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