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by 김 경덕

보름날


나는 꼴통 보수인 장로교 고신파 교회에서 나고 자란 크리스천이다.

교회와 우리 집이 거의 한 울타리 안에 앞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어른들의 기독교식 신앙생활 방식과 상반된 행동을 많이 한 나는 설날이 돌아오면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롭게 되살아난다.

소싯적 설은 무조건 반가운 명절이다.

첫째는 먹거리가 풍부해 좋고 둘째는 놀이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문제는 이 놀이다.

정월 초 하루 날 제사와 세배가 끝나고 나면 동네 장년들의 풍악놀이가 시작된다. 친구 아버지인 장 씨가 담배를 오른쪽 하늘로 향해 삐딱하게 꼬나물고서는 꽹과리를 치며 이 풍악 패를 리드한다.

우리들은 시시덕거리며 그 뒤를 따르면서 기분이 동하면 덩달아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우리 집을 포함하여 예수쟁이 집은 그냥 건너뛴다.

집집마다 들러 한바탕 놀아주고서는 얼마간의 음식과 곡식을 각출해간다.


왜 우리 집은 안 들어 가지?

우리 집은 동네에서 부잣집이라 쌀을 많이 줄 텐데,,,,

이렇게 하여 보름날까지 열심히 쌀을 모아서는 보름날 동네잔치를 벌인다.

동네가 50여 호 크리스천과 비 기독교인은 반반 정도였다.

당시 이 멋들어진 풍속마저도 기독교인들은 미신 즉 우상 숭배로 간주했었다.

그래서 예수쟁이 집안에서는 철없는 어린것들을 풍악 패에 따라다니지도 못하게 했다.

참으로 무지하고 서글픈 시절이었던 것 같다.


정월 놀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보름날 달집 짓기다.

정성을 다해 달집을 지은 후 달이 떠오르는 시각에 맞추어달집에 불을 놓아 액운을 태워 날리는 행사이다.

달집을 지으려면 또 집집마다 볏짚을 각출해야 한다.

이마저도 예수쟁이가 볏짚을 내놓으면 우상을 만드는데 동참한다고 어른들이 절대로 못하게 했다.

내가 누군데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하고 있을 수가 있나?

나는 설이 지나고 나면 틈 날 때마다 아니면 어른들이 보지 않을 때마다 볏짚을

우리 집 뒷 논에다가 조금씩 옮겨 놓았다.

이렇게 열흘 정도 하고 나면 남부럽지 않을 만큼 볏짚이 쌓인다.

보름날이 되면 동네 큰형들이 물어보지도 않고 이 볏짚을 둑으로 옮겨 달맞이 집 짓는데 요긴하게 사용한다.

나는 달맞이 집 짓기에 적극 동참한 꼴이 되고 기분 좋게 달집 태우기 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벌써 60여 년 전 추억들,,,,,,,,,,

이번 보름에 고향에 내려가 그 옛 날 달맞이 집을 짓던 둑길을 걸어보고 싶다.

아직 못다 태우고 남아있는 마음속의 달맞이 집을 마저 태우면서 하나님께 소원을 빌어볼까?

아니면 보름달에게 빌어볼까?


2016년 1월 정초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수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