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층 그리고 13층
73층과 13층(1)
어제 해질 무렵 지구의 남반부 호주 땅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석양을 안고 시드니 공항을 내린 후 도심으로 들어가면서 느낀 시드니의
첫인상은 마치 교양 있는 40대 여인 모습 같았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그리고 상당한 미모를 갖추고 있는 도시.....
다소 긴장을 하고 앉아 있는 아내에게 느낌을 바로 말했더니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떡인다.
어제 인천 공항에서 호주 비자 신청 시 내 실수로 잘못쓴 이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던 박 사장 부부가 먼저 와서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내 평생에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을 이번 뉴질랜드 Cruise 여행이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 시드니 항을 오후 늦게 출항하여 뉴질랜드 남 섬과 북 섬을 2주간 돌아오는
상당히 긴 여정이다.
지난해 카리브해에서 Cruise를 승선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긴장은 다소 덜
되었지만 승선 수속 절차는 상당히 복잡했다.
승선 절차를 모두 끝내고 지정된 방에 들어가 짐을 풀고 나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확 풀려 버렸다.
여행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즐기라고 하였다.
끝난 후에 돌아가서
‘참 아쉬웠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하지 말고 만나고 부딪치는 매 순간 매 기회마다
“놓치지 말고 잡자’
‘좋았다’
‘오길 잘했다’라는
말만 하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스스로 다짐을 해 보았다.
승선 경험자로 함께한 일행들을 Cruise 내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며 13층 Cruise
갑판에 올라가서 시드니 시가지를 바라보니 어제 묵은 Meriton World Tower 가
바로 눈 안에 들어왔다.
75층 초 고층 건물인데 우리 일행은 73층에 위치한 Family Room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파노라마처럼 3면으로 내려다보였던 아름다운 시드니 시가지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게
남아있다.
억지 같기도 하지만 땀을 많이 흘린 사람만이 어떤 경우이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볼 수가 있다.
“No pain, No gain.”이라고도 하지 않았던가?
Cruise 여행은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지만 계획만 잘하면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다.
이번 여행은 선박회사의 50% 특별 할인 계획을 보고 Cruise 선사에 직접 예약을 하였기
때문에 한 사람당 USD780 적은 비용으로 성사가 되었다.
비용을 떠나 경제 성장기였던 7, 8, 90년대에 일선에서 많은 땀을 흘린 우리 세대는
어떤 경우이든 이제는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나는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뱃고동을 소리가 조금 아쉽게 울린 후 VEENDAM 호는 노을빛 속에 잠겨있는
시드니항을 서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남은 일정과 새로운 예약에 대한 이런저런 구상을 하면서 오늘과 같은 좋은 여행
기회를 허락하여 주신 하나님과 또 여행 비용에 많은 도움을 준 자녀들에게 먼저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2019년 1월 18일
선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