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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Oct 05. 2019

인터넷 공간과 사적인 공간에서의 만나는 나의 비단 그림

중첩의 이미지, 비단화가 좋은 이유



인터넷 공간과 사적인 공간에서의 만나는 나의 비단 그림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사진을 고른다.


 인터넷에 있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고른다. 수많은 이미지와 사진들을 선별하고, 나에게 이야기하며 다가오는 사진을 고른다. 그것이 숲이나 자연, 새 그리고 도시 어떠한 것이든 마음속에 다가오는 이미지, 중첩적인 그런 사진을 고른다. 수많은 사진 중 바로 번뜩이는 이미지를 고를 때, 바로 그 순간 사진작가와 내가 보이지 않는 통함을 느낀다. 고심 끝에 고른 이미지 한 장을 화판에 다른 이미지는 비단에 그린다. 


그러면 왜 나는 굳이 비단을 선택한 것일까?


내가 비단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비치는 소재라는 것이다. 투명한 비침을 좋아하는 내가 이 비단을 고르는 이유는 색상이 단아하면서도 베일처럼 속이 비쳐서 이다. 이것은 비단 뒤에 있는 또 다른 화판의 이미지를 비치게 한다. 중첩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이만큼 훌륭한 소재가 없을 것이다. 이것은 오간자나 다른 아크릴 소재의 천과는 다른 느낌의 비침이 이다. 크림빛이 돌면서 직접적인 비침이 아니라 슬며시 들어오는 비침이 있다. 마치 아침 안개에 뒤 덮여 보이는 뒷 산의 정경과도 같은 그러한 분위기의 색상일 것이다. 


둘째로는 비단은 참 동양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서양화를 전공한 나로서 왜 갑지가 동양화 재료를 꺼내는지 의문이 들을 때가 있었다. 동양화의 소재로 표현했을 때 다가오는 묵직함이 있다. 이것은 서양화 재료로 표현했을 때 다가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셋째, 비단은 물과 친하여 수채가 가능하고, 건조되는 시간이 빨라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유화나 아크릴처럼 덧입히는 방식의 채색과는 다르게 흡수 방식으로 채색을 하게 된다. 붓이 비단에 닿을 때 붓의 문지름에서 오는 여러 효과를 맛볼 수 있다. 장지나 다른 소재의 종이에서 나오는 종이 보풀과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림으로 설치 작업을 해야 하는 본인에게 작업 양과 속도는 정말 중요하다. 진행속도가 더딘 재료는 실험하다가 중단한 적이 수도 없게 많은 것 같다. 작업을 하다가 결과를 빨리 보면 볼수록 작업을 진행하는 방향성을 갖는데 수월하다.


비침의 소재를 가지고 수채화가 가능하며 다루기 좋고 쉬운 지금 이 비단 재료가 나름 괜찮은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진행하고 있는 모든 그림들을 동양화 재료로 제한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도 실험 중이며 이런 과정 속에서 진정으로 어울리는 소재와 재료를 찾아나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비단 뒤에 겹쳐서 보이는 이미지는 한 번에 다가와 내게 이야기한다. 사적인 공간인 작가의 작업실에서 말이다. 결국 공적인 공간에 오픈되어 있는 이미지는 나에게 선택을 받아 의미가 되고 이것이 또 다르게 해석되어 작업으로 진행된다. 공적인 곳에서 사적인 공간으로 들어와 그 사이에 오가며 나타나는 새로운 이미지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중첩의 느낌을 허용하는 투명성이 있는 비단이라는 재료에서 재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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