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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Oct 08. 2019

처음이 중요한 비단 작업

작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서두르면 오히려 망쳐버린다.




시간을 더디게 만드는 것은 결국 서두르는 일이다. 비단을 틀에 얼른 씌우고 싶어서. 마른 비단 위에 빨리 스케치를 하고 싶은 마음에 대충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뜯어내고 나무틀부터 다듬게 된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비단에 스케치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나무틀을 정갈하게 다듬는 일이다. 이 작업은 본인의 작업 특성에 있어서 상당히 공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 중에 하나이다. 사실, 캔버스나 도화지에 바로 스케치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한다. 이미지를 겹겹이 층으로 보여 화면에 담긴 이미지 말고 부차적으로 깔끔하지 못한 군더더기는 제거하는 편이다.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 이외의 엉성한 부분은 거슬린다.  사실, 작업을 하다 보면 진행상 예기치 않은 부분을 많이 허용하는 부분이 있다. 우연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과정을 허용할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은, 특히 이 나무틀에 있어서는 우연에 의한 작업보다는 상당히 계획에 의한 작업을 해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틀어지거나 각이 삐뚤어지면 비단을 씌우고 하는 초기단계에서 흔들리고 만다. 그리고 틀을 여러 겹을 주어 설치를 해야 되기 때문에 대충 했다가는 전시할 때 캔버스의 비단이 뜯어지거나 작품 간의 거리에서 오는 사이즈가 맞지 않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붓을 잡고 화면에 이미지를 그릴 땐 우연의 효과를 허용한다. 그러나 프레임의 틀과 색상, 비단이 틀에 붙은 정도는 정갈해야 한다. 그래야 이미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이미지 이외 프레임이 휘었거나 하얀 색상의 프레임이 깔끔하지 못하면 그 부분에서 오는 지저분함이 오히려 보여주려고 하는 이미지에 방해가 된다. 이 러한 이유로 얼마나 수많은 나무틀이 버려졌는지 모른다. 그만큼 이 레이어 비단 그림 작업은 처음 준비작업이 중요하다.      


캔버스에 유화로 그리거나 장지에 수묵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모두 알겠지만, 표면 작업은 정말 중요하다. 작업을 빨리 시작하고 싶어서 서둘러 진행하면 오히려 망쳐버린다. 그래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나의 틀 작업을 하고 비단을 씌운 뒤 마를 동안 다른 작업을 진행한다. 그 사이 조금 틈나는 대로 그림을 그려나간다. 그러다 보면 작업실에 온통 캔버스와 비단 조각으로 어지러 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작품은 그런대로 여러 개 진행되어 비슷한 시기에 모두 마무리가 된다. 이번 비단 작업은 5개를 동시에 진행한 것 같다.  그것도 표면이 깨끗한 비단 프레임에서 말이다.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는 요즘이다.
비단을 붙일때 모습
풀을 틀에 붙여 비단 말리는 중
비단이 거의 다 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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