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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경은 Mar 09. 2023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뭔가에 붙잡히게 되고


당연하겠지만.. 집중하고 있을 때 시간은 날 모른 체한다. 가만히 시간만 볼수록 천천히 흘러간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사실 그게 맞는 예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한 상관관계라고 해야 할까. 마치 내가 물감을 섞어 채색을 할 때 그냥 시간이 빨리 흘러가듯이 말이다. 뭔가를 해야만 할 때와 하고 싶어서 하던 일을 뒤에 두고 할 때 그렇다. 아이들을 위해 점심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내가 갑자기 불현듯 떡볶이를 해 먹고 싶어서 요리를 하고 싶을 때처럼, 주로 그럴 때면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흐른다. 


주어진 일을 해 본다. 누군가에게는 일일 수도 있고, 글쓰기나 독서 혹은 영화 보는 것과 같은 일과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일일이 기억한다면? 어렸을 때부터의 일을 모두 다 다 기억한다고 하면 정말 머리가 복잡해지고 힘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잊기에 정신 건강에 좋을 수도.. 


그래서 시작이 늘 어려웠던 것일까? 이것에서 저것으로 옮길 때 큰 에너지를 써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전의 안 좋았던 기억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하기 어려워졌을까? 예를 들어 일을 하다가 중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독서를 한다거나, 일에서 독서라는 것으로 정신을 옮겼을 때, 이전 일의 집중을 이후의 일로 옮기듯이 말이다. 그렇게 되면 이전의 집중의 상태를 잠시 멈추고 새로운 곳으로 몰입을 시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는 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계속 이전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몸과 정신 상태가 이어진다. 만약 뭔가 스스로에게 기쁜 일 즉 긍정적인 습관을 시작하는 데 있어 이전의 습관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습관으로 옮기는데 힘들 수 있다. 그래서 시작하는 일이 어려웠을 수 있다. 


집중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몰입이 되어 있는 순간에는 그 어떠한 것도 방해되지 않게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허락한다. 그렇기에 그 속에서 힘을 느끼는 것이다. 시간도 오롯이 그 순간을 위해 쓰기에 나 스스로 참되고 기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무언가에 빠져 있노라면 시간은 어김없이 4시를 향해간다. 야속하다. 뭐 좀 해보려 하면 하루의 끝 자락으로 넘어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내가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온전히 잘 썼다는 기분이 들면서 하루가 짧게만 느껴진다. 가끔 하루가 길었으면 한다. 36시간 정도는 너무 길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몇 분 한 시간 하루 이틀.. 이렇게 보냈을 때  일 년이 되고 몇 년이 흐른다. 하루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독서를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도. 아이들을 돌보는 일들도 어찌 보면 하루에 일어나는 작은 시간들인데, 이것들을 좀 집중해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금세 지나가고 성장해 있는 무언가가 되어 있다. 뭔가를 완성하기 위해 처절하게 하다 보면 그 과정에 지쳐버리고 싫증이 나서 하고 싶지 않아 진다. 하지만 몇 분이라도 놀면서 본인 스스로에게 의미 있게 하다 보면 더욱더 의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왜 시간에 억눌리지 않고.. 어딘가에 빠지게 되는 존에 들어간다. 그 존은 긍정적이었으면 한다. 그곳은 상념이 사라지게 되고 하나에만 빠지게 되는 상황들을 말한다. 이것저것 하다가 분주하다가도 그 존에 빠져들게 되면 정신이 좋게 된다. 주변에 모든 것들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게 된다. 그래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라는 말이 생겨 났나 보다. 


어렸을 때 진흙바닥에 나뭇가지를 들쑤시고 이곳저곳 구멍을 내서 터널도 만들어보고 나름의 형체를 만들어 큰 그림을 그렸었다. 나는 꾀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만드는 것이 좋았고 그리는 것이 좋았다. 말과 언어가 아닌 그림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이미지를 표현한다는 것이  날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이끌려 감을 느끼게 했다. 그때 역시 시간은 날 붙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내 인생의 세월이 통으로 지나간 것 같다. 시간은 언제 이렇게 흐른 걸까.. 무심하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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