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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희 Mar 29. 2022

자영업은 여전히 고단하다.

- 그래도 꿈꾸는 7번길 골목에서. 



카페를 오픈하고 시간이 흘렀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오픈한 근처 카페에 '임대'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햇수로 4년째 내가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 어찌 보면 기특한 일일까?


지속되는 경기불황에 모두 힘든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와중에 자영업은 더 어렵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모르는 이 시대에 자영업 사장님이란 참 힘든 직업이다. 회사에 다닐 때 시무식 때마다 회장님이 하시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곤 했었다. 회장님은 시무식 연설 때마다 우리가 더 노력하여 이 힘든 경기불황을 해쳐나가야 한다고 했었다. 전국의 각 점포 점주님들의 생계를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것이 2년, 3년, 4년, 5년...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설임을 연차가 쌓이면서 깨달았다. 해마다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회사가 생긴 지 30년이 되어갔지만 예전의 사내신문을 찬찬히 훑어보면 30년 동안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항상 본사 사람들은 각성해야 했고 더 열심히 뛰어야 했다. 세월이 흘러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불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주변의 카페들이 1,2년도 안돼서 다 문을 닫았다. 이것은 경쟁자가 포기했다는 뜻이다. 전쟁터 같은 카페 공화국에서 내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그런 가게가 하나하나 늘어갈 때마다 내 마음도 씁쓸하고 슬픈 마음이 든다. 1년 뒤에 폐업한다는 것을 개업할 때 상상하는 가게 주인이 있을까? 하루 평균 2,500여 개 업체가 폐업하는 이 시대의 현실에서 과연 나도 괜찮은 걸까? 그곳에 내가 줄 서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자영업은 생계를 위한 과도한 경쟁체제가 되었다.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남이 먹고사는 밥그릇과 경쟁하는 것이다. 왜 이런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일까. 지인이 카페를 창업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주변에 그 카페 딱 하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장사가 꽤 잘되었다. 그러다 몇 년 뒤 주변에 카페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을 꽉 채운 뒤 폐업을 결정했던 그때에는 50m도 안 되는 짧은 골목에 카페가 4곳이 생겼다. 남이 먹고살기 위해 카페를 개업한다고 하니 이미 하고 있는 카페 사장이 뭐라 할 수는 없다. 카페가 모여 있는 곳이 더 잘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미 있는 가게의 손님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또는 모두 데려가겠다는 마음으로 들어서는 것은 안타깝다. 


한 사람이 치킨을 먹는 양은 일정한데 치킨집만 주변에 계속 늘어 힘들다는 치킨집 사장님의 씁쓸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회사를 그만두고 외식업을 몇 년간 했던 지인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지금 하는 외식업을 접고 치킨집을 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치킨집이 많을 텐데 다른 걸 해보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전했다. 나의 말에 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주변 치킨집들 다 이겨야지!" 나는 지인에게 그런 마음으로 시작하는 현실이 슬프다고 했다. 무엇으로 일을 시작하여 살았든 '기, 승, 전, 치킨집 사장'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우스갯소리를 하며 다들 어느 하나도 물러설 수 없는 생계를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남이 사라져야 내가 살 수 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생계가 걸린 실전 치킨게임이다. 이건 남 일이 아니다. 치킨 공화국이나 카페 공화국이나 삶은 녹록지 않다. 




'7번길 카페'가 있는 이 한산한 뒷골목 7번길 거리가 더 번화해진다면, 카페가 또 들어올까? 내 맘대로는 되지 않겠지만 이 골목상권에 카페가 아닌 다른 새로운 것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나는 이 7번길이 서로가 힘이 되는 그런 길이 되었으면 한다. 서로 다른 것을 하고 있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있는 곳. 모두 각자의 가게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 같이 꿈꾸는 7번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이 나의 일터나 내 삶의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내가 이곳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단순한 일터가 아닌 나의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이고 그 공간이 있는 길이기에 깊은 정이 든다. 나와 같이 나이 든 이 길이 더 잘되길 바란다. 이러나 저러나 이길에 들르는 사람들이 소소하고 즐겁게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동네가 되었으면 한다. 


오늘도 여전히 내가 꿈꾸며 살듯이 이 길이 누구나 꿈꾸는 7번길 골목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즐겁게 살아갈 작은 가게들이 나와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7번길 카페에서 나는 꿈을 꾼다. 그것이 나를 이곳에서 버티게 한다. 





-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 PART 5. 하루하루 버티는 카페사장의 일상 _ #18. 꿈꾸는 7번길 골목







오랜만에 ‘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책을 읽었다. 그러다 마지막 챕터를 읽는데 '저글을 썼던 때가 좋은 시절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때의 경기불황? 생계를 위한 치킨게임? 시간이 지나니 짜잔...! 이건 전혀 몰랐지. 코로나라는 더 깊은 경기침체의 골짜기가 나타나더니 쉽게 끝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알게 된다. 골짜기인 줄 알았는데 골짜기가 아니었고, 높은 산인 줄 알았는데 높은 산이 아니었다는. 또는 골짜기 안에 계속 있을 것만 같았는데 어느 순간 산을 타며 올라가고 있더라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다 시간이 지나 봐야 아는 일이다. 그러니 이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인생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진심이 모자란 것이다." 

    

삶에 진심을 다하면 방법이 생긴다. 뭐든.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최선을 다해보면 될 거다. 결국은.  


어쨌든 좋은 일은 그 와중에 이 7번길이 점점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왔다는 거다. 또 시간이 지나 보면 알겠지. 그래! 그때는 산을 타고 오르고 있을 거라고 희망을 가져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잘. 버티자. 





책을 내기 위해 글을 쓰던 좋은 시절 생각하며 한 챕터씩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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