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오래 근무하다 보니, 친하다고 하는 사람들과 10년 전인가 정확하지 않지만 우연히 맘 맞는 사람 넷이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그날의 대화가 좋았던지, 여하튼 그걸 계기로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되었다. 주로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 나누는 그런 만남이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주변에 이야기를 해서인지 한두 명씩 초대 아닌 초대가 되어 9명의 모임으로 커졌다. 모이는 사람의 직종과 직급도 다양해졌다.
한국사람들의 특유한 성향상 서열까지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호랑이띠만 7명(62년 4명, 74년 3명) 그냥 낀 원숭이띠와 돼지띠" 여자 9명이 모였다. 왜 이렇게 호랑이들이 많지... 그래서 모임 이름도 띠를 가지고 만들었다. 서로들 언니 동생으로 불리는 그런 사적인 모임이 되었다. 직장동료를 언니 동생이라는 호칭이 나에게는 그리 자연스럽지가 않았다. 그리고 몇 년 만에 그 모임에 회장 겸 총무를 독직하고 수년째 하고 있다.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월회비도 내면서, 최소 분기별로 특별히 내 돈 주고 사 먹기는 좀 비싼 음식을 회비를 모아 먹는 맛 탐방 모임으로 이어져 갔다. 식사 후에는 차 한잔 하는 것이 모임의 루틴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매번 모임 장소 정하기도 하나의 숙제처럼 되어갔다. 그리고 음식 모임에서 어느새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 이거 저거 이야기하는 자리로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그 와중에 서로 맘이 맞지 않는 회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해서 결이 맞지 않는 두 사람은 탈회를 하였다. 그냥 편하게 지내면 될 것인데, 그게 다들 안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느새부터인가, 개인의 일상적인 이야기에서 직장 내 다른 사람들에 대한 뒷담화가 주가 이루기 시작하였다. 나도 그에 대한 염증이 생기기 시작하여 모임을 해체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지 않을까 고심을 했다. 그러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를 않는다. 어쩌면 그들은 그게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누가 어떻게 해서 승진을 했다네, 어떤 직원은 특혜를 받았다네, 누구랑은 싸웠다네 등등... 처음에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이 모임에 가면 듣게 되어 신기하기도 하고 일종에 정보를 얻는 통로 역할도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모임에 참석하기 싫어 개인적인 일이 있다는 핑계로 자꾸 빠졌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최근 3년 사이 퇴직하는 사람이 이번 6월 말이 되어 3명이나 되었다. 7명 중 4명이 현역이고 3명은 퇴직자이다. 지난주 토요일 퇴직자 축하 겸 오래간만에 점심식사를 하였다. 여전히 퇴직을 한 사람들은 전 직장에 안테나를 켜고 있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어떻게 되는지, 현직에 있는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어, 그녀들의 정보력에 놀라울 따름이었다. 직장사부터 가족사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12시 모임이 오후 4시에 끝을 맺었다.
헤어지고 홀로 집에 가는 길에, 이 모임은 언제까지 유효기간이 될까? 퇴직자가 늘어나면 만남이 더 지속이 될까, 아니면 공동의 관심사가 사라지니 자연스럽게 해체가 될까...
어떤 분들은 퇴직 후에도 모임을 지속하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모임은 퇴직 전에 해체하는 모임들도 있다. 구성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모임의 미래가 궁금하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