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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Dec 10. 2016

인생의 빛나는 시간

그림 일기

어제 전시 오프닝에는 특별한 손님이 왔었습니다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19살 소녀가 주인공이예요. 일러스트레이터가 꿈인데. 지역에서 작가 멘토를 만나기가 어려워 선생님께서 인터넷에서 찾아 제게 이메일 연락이 닿아 만나게 된 학생입니다.
4시간 버스를 타고 선생님과 함께 전시회에 왔답니다.

열정 가득한 순수한 미소가 정말 예뻤어요.

수줍은 여고생에게
이번 전시회 작가분들과 작가 진로 상담 시간을. 전시회에 놀러온 제 삐약이들에게 대학2년선배로서 신입생 꿀팁을 알려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들과 삐약이들에게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는 여러 분들을 멀리서 온 학생에게 소개해주다보니 정작 저와는 대화를 못했어요.
지나가다 저도 참여하게 된 질문 하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유학이 꼭 필요한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외부강연에서 신인작가분들께도 많이 듣는 질문 입니다.

저의 생각은.
'유학은.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하다기보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해외에 있던것 자체가 큰 경험과 도전이 되어. 돌이켜보니 정말 소중했다.'
입니다.

제 인생에서. 에너지가 넘쳐 뭐든 하고 싶고/하려고 노력했던 20대의 시간에서. 해외에 혼자 나가 도전했던 그 시간들은. 인생의 자세를 만든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긴 유학이 아니어도 돼요.
배낭하나 메고 몇달 아니 한달이라도 유럽 여행을 떠날수 있으면 됩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어렵다는거 알아요. 차근히 장기간 계획을 짜서 준비하면 가능할수 있어요.
돈 아끼겠다고 매일 하루 한끼는 맥도날드, 또 한끼는 슈퍼에서 파는 샌드위치, 가끔 컵라면을 먹으며 한달을. 두달을 다녔어요. 교통비를 아끼겠다고 온종일 걷고 걸었어요.

벨기에에서는 너무 싼 도미토리에 숙박해서 벼룩도 물렸어요. 살면서 처음 당해본거라 큰병 걸린줄 알고 응급실도 갔는데. 벼룩이래요.
(이후에 한국오니깐 엄마가 저랑 제동생을 아파트 복도에서 세워놓고 살충제 뿌렸어요....)
거지아저씨도 저랑 제 동생에겐 구걸도 안했어요 하도 그지꼴이라서ㅎ
그땐 그게 힘든지도 몰랐어요.
마냥 좋았아요. 미술책에서만 보던 작은 그림을 실제로 실컷보고 또 왔어요. 유럽은 학생할인이 많아요. 박물관 미술관 모두 특권을 누릴수 있어요.
지금은 그렇게 하고싶어도 할수가 없어요. 이제 그런 넘치는 에너지가 사라진 신체를 슬퍼해요.
 

제가 유럽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 사람중에는 배낭 하나만 메고 전 세계를 1년동안 여행하는 22살 학생(그 학생은 여름만 쫒아다녀요. 겨울 여행지를 가려면 옷의 부피가 커진다고 안된데요. 겨울에 호주에서 여행을 시작해서 동남아를 거쳐 유럽으로 왔데요 유럽이 추워지면 아프리카로 간데요),
외국어라고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뭐 어떠냐. 라고 하며 어디가서든 그냥 다 한국말로 물어보고 다니던 배짱의 20살 학생,
긴 여행이 외롭고 심심해서 유스호스텔에서 저녁에 맥주캔 열개 사놓고 지나다니는 서양 배낭여행객들 맥주 한잔씩 주면서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27살 학생 등을 봤어요.
스쳐지나간 인연이었지만 지금도 그 학생들은 어딘가에서도 당당하게 삶을 정면으로 맞이하고 있을거 같아요.

이런 말을 적고 있는 나는. 나이가 많지 않아서. 지식과 견문이 넓지 않아서 충고. 조언 같은거는 못해줘요
그렇지만 이 말은 해주고싶어요. 그저 먼저 경험한 자로서.

인생에 가장 빛나는 시간에
크고 넓은 세상을 맨 몸으로. 온전히 만나길 바래요.

(이 자유롭고 빛나는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아요. 슬프게도)


#여행 #도전 #그림일기 #허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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