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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Mar 13. 2017

수줍은 소녀

그림일기

파인애플-

엄마랑 동네 작은 마트에 파인애플을 사러 갔다.
파인애플을 고른 후 파인애플의 잎, 파란 부분은 필요치 않으니 잘라내고 과육 부분만 가져가기로 했다.
연약한 60대의 엄마와 병약한 30대의 딸은 파인애플의 잎 부분을 자를 기운이 없어서
일하고 계시는 청과코너의 40대 여직원분께 잘라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직원분께서 쓱 한번 보시더니 대수롭지 않게 우지끈! 하고
부러뜨려서 잎과 과육 부분을 나눠서 주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엄마는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아 감사합니다! 어머! 우리 언니 기운 좋으시다. 한번에 해결해주셨네요 우와~ 고맙습니다. 진짜 팔 힘 좋으시네요' 라고 소녀 말투로 칭찬의 말을 했다.
(이 소녀같은 엄마는 진심의 칭찬이었다)

직원분께서는 대수롭지 않게 자르셨다가 칭찬으로 다른 사람들도 쳐다보고 하니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어머 왜그러세요~ 이건 그냥 다 잘라지는거예요~제가 힘 쎈거 아니예요~'
라고 하시길래
직원언니의 표정을 살핀 눈치 빠른 딸이 바로
'맞아 이건 다 부러뜨릴수 있는거죠' 라고 했다.
직원분이 바로
'그쵸? 그쵸 고객님? 다 할 수 있는거죠?' 라고 큰소리로 동의 하신다

딸은 이어서 바로 엄마를 툭 치면서
'맞아요 맞아~ 그냥 다 되는거예요.
엄마 왜그래~ 우리 언니 바람 불면 날아 갈거 같이 연약하게 생기셨는데~'
라고 말했다.
직원분은 호탕하게 웃으며
빨게진 얼굴로 '에이~ 그건 내가 생각해도 좀 아닌거 같긴 하지만..' 이라고 수줍은 목소리로 말 하신다.

사실 언니가 힘 쎄고 번쩍번쩍 척척 일을 잘하실거 같은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병약한 허작가는 그게 더 부러움) 직원분은 부드럽고 연약한 모습을 좋아할거 같아 보였다.

평상시 다른 이 게다가 처음 보는 이의 외모나 신체에 대해 말하는걸 절대적으로 실례라고 생각하고 싫어하는 허작가 이지만 그 순간에는 없는 말도 말해야했다.
그래야 모두가 유쾌한 하루를 이어 갈수 있을거 같아서.

.

우리 마음속에는.
수줍은 소녀가 항상 살고 있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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