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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Dec 06. 2019

언니들

그림일기

윤석남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자기의 인생을 걸어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그린 초상들과 그녀들과 자신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 설명.

전시 1층과 2층의 그녀들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3층으로 올라가면 작가는 자신을 바라보았다.

3층의 여러장의 작가 초상화를 보며.
나는 언제 나를 이렇게 똑바로 바라본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과 반성.
여전히 미숙하고 스스로를 설명하려 들고 인정받으려 하는 나는 나를 똑바로 마주하기에는 지혜도 용기도 아직 부족한거 같다.

차근히 동선 순서대로 보며 개인적 고찰을 하던 이 작품들을 다시 천천히 순서 거꾸로 바라 보는데

전시를 보면서 받는 이 울렁임을 작품이 주는 '감동'과 교훈 혹은 작가적 반성 이라고 하기엔 다른 뭔가가 점점 커져 간다.

이는 전시 보고 나오다 살펴본 전시 소개 갤러리 관장님의 글속 단어인 '우리시대의 '큰언니'' 가 보여주는 위로와 응원 임을 알았다.

인생의 태풍 바람 파도 햇볕의 다양한 상황속에서 나의 길을 먼저 걸어가는 '멋진 언니들'을 현실에서는 만나기 쉽지않은데 (경력 단절이나 사회적 상황으로 남아있는 존재들이 많지 않아서..)
이 멋진 언니들은 화면의 종이속에서 살아 눈을 반짝이며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언니가 하고 있으니 다음은 너도 같이 하자고.
너도 할수 있다고.

더 시간이 지나면 나도 
쉽지않지만 자신의 길을 가는 나의 다음 이들에게 
언니가 이 길을 새로 깔아 잘 닦아 놓지는 못했지만 큰 언니들이 만들어놓은 이 길에 그대를 위해 풀 한포기 뽑아놓고 돌 하나 치워놓으려 했으니 그대 이 길을 눈을 빛내며 가라 라고 말하는 언니가 되고 싶다.
이 멋진 언니들이 나에게 오늘 말해준것처럼.

#윤석남 

소소한 tmi 덧.
그림이란 참으로 위대하다.
나는 이 언니들을 현실에서 모르는데. 언니들이 준 이 커다란 용기. 감동.
이 언니들을 화면으로 끌어낸 그림그리는 작가 라는 존재는 참으로 위대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타인을 가족화, 친구화 하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남이가' 이거 싫다. 우리는 다 남이고 타인이고 그 존재 그대로 인정하고 거리를 두고 존중하고 싶다. (하여 현실에서도 내가 주변분들을 언니오빠 라고 칭하는 존재가 25살 이후 거의 없음)
근데 오늘 이 존경하는 분들을 선생님이 아닌 '언니'들이라 함은 나에게 단어 이상의 엄청난 의미이며 나도 누군가의 언니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정말 큰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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