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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Sep 15. 2021

책을 그린다는 것은.

그림일기

제가 석사를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했던 그림책이 있습니다.

20대 때의 작업이니깐 꽤 오래전 일이죠.

시간이 지나면 지나간 자신의 그림은 어설프고 어색해서 부끄러워집니다. 그리고 늘 아. 좀 더 잘 그릴걸.이라는 후회도 남고요. 마감에 쫓겨서 더 잘 못한거 같아 아쉽거든요. 물론 저만 아는 부분들입니다.


이제 그 그림책은 시간이 오래 지나 시중 판매는 안 하고 있는데.

최근에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KBS에서 시작하는 일일드라마의 배경으로 출판사가 나오는데 제가 일했던 출판사가 책을 제공한다고요.

드라마 제작 측에서 책 몇 권을 선택해서 대형 사이즈로 부착하고 싶다고 사용 동의를 구하는 연락이었습니다.


'아악 저 지금 그거 똑같이 더 잘 그릴 수 있는데. 다시 그리면 안 될까요?'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책은 그대로 그 옛날의 모습으로 드라마 촬영장의 한 공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히 잠들어가는 저의 책을 이렇게 다시 세상에 꺼내어 사랑해준 출판사와 드라마 제작팀에 감사드립니다.


책을 그린다는 것은. 이렇게 세상에 계속 남는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은. 조금  책임을 갖고 조금   그려야 할 거 같아요.


그럼 저는 새 책 마감을 하러 총총...

(편집장님! 하고 있어요!  이 글 지켜보고 있는 거 다 알아요. 그리고 있어요! 연락 안 하시는 게 더 무서워서 미리 고백 중...)


드라마 속 제 책은.

세트 책장의 첫 번째로 보이는 파란 책입니다.


저 커다란 소품으로 만들어진 책 저도 갖고 싶네욤 ㅎㅎ


#kbs일일드라마 #속아도꿈결

#일러스트레이션 #허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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