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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경원illust Feb 22. 2016

1등 허어린이

어린시절

'1등 할꺼야! 내가 제일 잘 할꺼야!'

라고 허어린이는 늘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은 나에게 그런 압박을 정말 단 한번도. 준적이 없고.
성적으로 혼나본적도, 남들과 비교하는 말도 한번도 없었는데
허어린이는 혼자 뭐든 잘하고 싶었다.

엄마가 절대 안된다고 하는데도 초등 방학에 자발적으로 학원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며 다닌적도 있었다. (어린이가 한달을 그렇게 신나서 다니더니 자다가 쌍코피 흘려서 엄마한테 엄청 혼나고 다 끊겼다..)

근데 왜 그렇게 집착했을까..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 손을 잡은 허어린이 둘에게
'아효 그 집은 아들 없어서 어째요..아들 낳으셔야죠.
딸만 둘이라니..시댁에서 뭐라고 안하세요?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죠. 딸은 시집가면 그만인데.'
라는 소리를
나와 내 동생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어른들때문이었던거 같다.

내 부모는 한번도 아들의 ㅇ 도 꺼내지 않았는데
왜 남들은 남의 집 귀한 딸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그런 말을 쉽게 했던걸까.

어린 날에 들었던 그 수많은 비슷한 말은 허어린이가 커가는데 큰 영향을 미쳤던거다.
현재 내가 삐뚤어지게 크지는 않은것 같으니 뭐. 그 사람들이 다 악영향은 아니었다고 위로해본다.

..
내 동생은 나보다 훨씬 어려서 그런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거 같다. 아마도.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다행이었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걔도 어려움이 많았겠다.
'언니가 해줄께. 언니가 도와줄께. 왜 못해. 언니처럼 해봐' 를 늘 들었을테니...


아. 물론 지금은. 1등은 무슨.
그냥 뒤쳐지면 뭐 어떠랴. 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산다.
1등 보다. 나의 하루의 소소한 행복과 그림놀이가 좋다.

-예전에 그렸던 그림을 보며 헤아려보는 허어린이의 마음. 2016 k ill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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