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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경화 Apr 15. 2020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아들 미안!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시공주니어

"선생님, 우리 A 이대로 놔둬도 괜찮을까요?"

"예? 뭐가 문제인데요?"

"벌써 4학년이 끝나가는데 이대로 둬도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이제 수학학원도 영어학원도 논술학원도 보내야할 것 같은데, 다 보내자니 여유도 없고요, 혼자 하라면 하지도 않고 매일 몰래 책만 읽어요."

A는 세상 손갈 데 없는 학생이다. 바르고 자기주도적이고 교사의 수업을 듣고 따라오는 속도도 최고이다. 선생님들끼리 '학원 안 다니고 책 많이 읽는 아이의 특징'이라고 말하는데, 산만하지 않고 신중하며 자기 주도적이고 또래에 비해 책 읽는 수준이 높다. 그러나 A의 엄마는 이렇게 공교육만 따라가다가 뒤통수맞는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걱정이 태산이다. 문제가 보여서 그때 학원을 보내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랬다. 멀쩡한 아이를 나 스스로 뭔가 2%쯤 부족하게 생각했고, 욕심도 없고 근성도 없이 그저 해맑은 아이에게 조바심이 났었다. 결국 중학교부터 좋아하지 않는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고, 낮에는 학교에서 자고 밤에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청소년기를 보내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학원을 그만두지 못했다. 그만 두었을 때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샘과 데이브가 땅을 팠어요> 그림책을 가끔 읽어준다. 샘과 데이브가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아 땅을 파기로 한다. 딱 한 번만 삽질을 더 하면 될 것 같지만 둘은 파는 방향을 바꾸곤 해서, 보석의 위치를 알고 있는 독자들을 안타깝게 한다. 강아지도 안타까운지 계속 보물이 묻힌 곳을 곁눈질하지만 둘은 자꾸 헛삽질이다.

끝까지 보물을 찾지 못하고 돌아가는 샘과 데이브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졌'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략 둘로 나뉜다. 하나는 자기 합리화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둘이 함께 보물을 찾는 과정 자체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멋진 일이었다는 것이다. 그림책에는 정답이 없으니 본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다. 맨 처음 읽었을 때는 나도 아이들 말처럼 자기 합리화, 스스로를 위안하는 자존감 높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과정 자체가 샘과 데이브에게 어마어마하게 멋졌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물을 찾으러 갈 때와 끝내고 돌아갈 때 그림책의 그림이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서 더 그런 생각이 든 것도 있고, 친구와 둘이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을 찾으려 할 때 얼마나 재미있었겠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샘과 데이브는 한 번도 '어마어마하게 멋진 것'이 그림책에 나오는 보석이라고 말한 적도 없었다.


A의 엄마에게 학원을 보내라 말아라 내가 충고할 수는 없었다. 다만 A가 어떤 삶을 살기를 원하는지 가족간에 충분히 논의하고 함께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답했다. 나도 정답은 모른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A는 늘 어마어마하게 멋진 일이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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