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3가지 전부 한도초과인 당신의 주머니에서 나온건,
가게를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손님 유형을 만나요.
제가 오늘 독자분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분들은 일반적인 손님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없고, 이 곳에서 3년 가까이 일하면서 만나본 유일한 (성격? 행동? 말투…?) 사람이기도 해요.
그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설레임을 안고, 오늘의 제목은 ‘너의 이름은(키미노 나마에와!)‘에서 따온 ’당신의 직업은!(아나타노 쇼쿠죠우와!)‘ 입니다.
24년 1월, 갑작스럽게 어떤 한 아저씨가 저희 집 단골이 됩니다.
처음 오셨을 때부터 아침 저녁으로 2번씩. 일주일간 오신 후 하시는 말씀이
“내가 원래 다니던 카페가 있었는데, 그 집 주인이랑 좀 기분 상하는 일이 있어서 여기로 옮겼어. 넓고, 좋네.”
흠, 그래요. 저는 단골 손님은 늘 환영입니다! 다만, 뭔가 카페쟁이의 입장에서 저 말을 들으니 드는 생각이 있었죠. 사장이 손님을 내쫓을 때에는 몇 가지의 이유가 있기 마련이죠.(그것도 아주 기분이 상하는 쪽으로요!) 거리두기를 하고 지켜보기를 몇 일. 조금 특별한 일이 생겼습니다.
쭈사장 : 손님 혹시 다른 카드 있으세요?
손님 : 왜? 안돼?
카드에 한도초과가 떠 다른 카드를 달라고 하니, 주머니에서 신용카드 2장을 더 꺼내 건내주셨어요.
2장의 카드 모두 한도초과. (정말 이런 일이 처음이었어요. 오전 커피는 할인가로 2천원이거든요.)
쭈사장 : 카드가 전부 결제가 안돼요!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한 번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럴 일이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하시던 손님이 이번에는 패딩 안주머니를 열어 뭔가를 스윽 꺼내시는거에요.
*여기서 무엇을 상상하셨나요?*
저는 사실 뭔가를 꺼내기 전까지만 해도 카드를 더 꺼내시겠거니, 천원짜리 몇 장 꺼내시겠거니 했거든요?
정말 이해할 수 없게도 만원짜리로 백만원은 될 정도로 커다란 뭉터기가 나왔어요……
한 손으로 들기도 벅차 보이는 그 돈다발을 양 손으로 잡으시더니 만원 한 장을 건내주셨죠.
그 때 부터였을까요. 저는 그 분의 통화에 귀를 쫑긋 세우기 시작했습니다.(간섭쟁이 X, 변태 X 순전하게 그저 궁금했을 뿐입니다…자주 이러지는 않아요)
“ 손님 : 아니, 돈을 가지고 여기로 오라니까? 아님 내가 갈까? 그러니까 그 돈만 주면 우리가 서로 이렇게 귀찮게 할 일은 없잖아? …(생략)”
이런식의 대화가 몇 일 오고가더니, 어느 순간 통장을 들고 오시더라고요. 음료를 드리며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 슬쩍 보니 ‘천만원 단위의 입금’이 엄청 많았죠.
그 손님은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신걸까요? 핸드폰도 완전 구형 폴더폰 2개에다가 주로 쓰시는 스마트폰 1개 이렇게 들고다니시더라고요.
오전에 오셔서 따로 말을 걸거나 하는거 없이 음료만 시키고 고독하게 앉아서 40분정도 있다가 가시니, 참 요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카페에 오시는 손님들 중에서 유독 대화가 잘 통하고 친해지는 손님들이 계셔요.
이 분도 그런 유형의 손님 중 한 분이셨고 어느 순간부터 햄버거도 사다주시고, 못 오시는 날이면 안부전화까지 할 정도로 친분이 생겼어요.
이 분은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무척 무서운 분이세요.왜 우리가 종종 상상하는 ‘깡패’나 ‘깍두기’가 이런 모습일까 할 정도로 약간은 험학하시죠(!)
평소에도 직업이 계속 궁금하기는 했어요. 오실 때 마다 무조건 5만원권을 주시며 계산을 하셨고,
종종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심한 욕설과 함께 돈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도 하셨어요.
손님 : 그래서 니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내가 가면 너는 죽어. 어? 알고는 있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어. 돈을 준비해야겠지? 그래 시간 줄 테니까, 돈 마련해서 여기로와. 어디로 도망칠 생각 하지 말고 응? 도망쳐도 다 아는 수가 있어.
죽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시고, 돈을 어디론가 찾으러? 받으러? 가신다는 말도 종종 하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그 손님의 직업이 밝혀집니다.
손님 : 00씨. 제가 아무한테나 이런 말씀을 드리는게 아니고. 아유 부끄러운데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oo씨가 결정을 내리실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운을 띄우는 손님이 제안하신건 ‘동업’ 이었어요.
곧 사무실을 차리실건데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신거죠. 저도 처음에는 고민을 좀 하던 중 그 분의 직업을 듣고 단칼에 죄송하다며 거절했어요.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지고 계시냐고요?
손님 : 내가 사실은 대부업을 하고있어요. 돈 빌려주는 사무실을 차려서 그 옆에 카페 하나 차려놓고 손님들 대접을 좀 하고싶은데…
뭔가 주변에 이런 직업을 가진 분이 처음이셔서 그런지(앞으로도 없겠지만…) 조금 놀라기는 했어요. 대부업이라니…그래도 달라지는건 없었습니다. 조금 무섭기는 했습니다. 직업을 이야기하신 뒤로는 더 험한 뒷세계 얘기를 해주시더라고요
그 분은 여전하게도 카페 단골손님이시고, 종종 제 커피도 사주셔서 함께 앉아서 인생 사는 얘기도 나누시죠.
가끔… 어떻게 돈을 받았는지 얘기해주시는 날이 계신데, 너무 비현실적인 이야기라 그냥 소설속 이야기나 드라마 얘기 듣는 것 처럼 지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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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신박했나요?
막상 쓰고 보니 뭐, 누구든 주변에 있을 만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저한테는 정말 신비로운 손님들입니다.
뭐 잔잔해진 카페에 긴장감을 주는 느낌도 조금은 받아요.
다음에는 어떤 소식을 가지고 오실까 혹은 어떤 유형의 새로운 손님이 등장하실까 하는 그런 기대감도 있죠.
그래서 그 분들이 ‘진상’이 아니냐고요? 진상은 어떤 사람들이냐고요?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나타나는게 ‘진상’이라는 사람의 유형들이고 그거는 아마 가게 주인마다 느끼는게 다 다를것같아요.
저는 ‘정말 못 해주는 일을 당연하게 시키는 사람들’을 진상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허들이 매우 높아서 [당연하게 자리에 앉아 ‘아가씨 와서 주문받아’ 하는 정도는 유두리있게 대처하는 편입니다 = 진상아니고 그냥 옛날 사람들 정도]
제게 진상이란……나중에 따로 적어보도록 할게요……기억에 남는 진상손님들이 몇 분 계시거든요.
+ 다음 이야기는
[손님들이 말해주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저를 정말 딸처럼 생각하고 제 남자친구를 지켜봐주는 사람들과, 현재의 결혼 생활이 너무나 불행하고 힘들어 절대 결혼은 하지 말라며 말리는 사람들.
아이를 낳아 인생의 행복을 새롭게 찾은 분들이 해주는 조언과, 이미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니 드는 생각에 대한 한탄.
다음번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달달한 음료와 케이크를 준비하시는게 좋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