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3시 반
잠이 깨어
나는 조용히 앉는다
밤의 숨결을
조심스레 밟고
서재에 불을 켠다
책 냄새가
먼저 깨어 있다
나는 읽고
또 쓴다
두어 시간쯤
잊힌 것들의 윤곽과 함께
이 고요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아
오늘도
내 몫이 되었다
나는
그렇게
늙어간다
새벽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조용한 숨소리, 책의 냄새, 내 안의 생각들만이 움직인다. 어둠 속 나무들은 이제는 나와 같이 살아 있는지조차 모를 존재처럼 흐려진다. 이 시간은 점점 내 것이 되고, 누구도 데려가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나는 하루를 시작하지만, 그 하루는 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저 늙어가는 방법일 뿐이다. 고요도, 늙음도, 나 혼자 감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