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사랑과 존경사이

<부부라는 길 위에서>

by 경국현

남자는 존경을, 여자는 사랑을 기대하며 연애를 시작하고, 그렇게 부부가 된다.

그러나 정작 ‘부부란 무엇인가’, ‘아내란 누구이며, 남편이란 누구인가’에 대한 성찰 없이 결혼에 이른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를 속인 것이다.


바람직한 부부 관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각자가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간다.

육체의 결합은 이루어졌지만, 정신의 결합은 없었다.

각자의 기대가 서로 일치할 거라 믿은 착각 속에서 결혼은 시작된다.


"남자는 아내에게 '존경한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죽고,

여자는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죽는다."

30대 초반, 주일예배 시간에 들었던 설교 속 문장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라는 말은 여성의 관점이다.

사랑을 전제로 결혼하지만, 남자에게 영원한 감정은 사랑이 아닌 '존경'이다.

남자에게 사랑은 순간의 감정일 수 있다.


여자는 사랑이 식었다고 분노하고, 남자는 존경받지 못했다고 분노한다.

이것이 ‘나’와 ‘너’가 만나 ‘우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결혼은 나와 너를 하나로 묶는 의식이지만, 사람들은 그저 형식으로만 받아들인다.

결혼했지만, 여전히 '나는 나'이고 '너는 너'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나’와 ‘너’를 버리고 ‘우리’가 되는 일이다.

사람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사랑도, 존경도 결국 이기적이다.

나쁜 남자는 사랑을 무기 삼고, 나쁜 여자는 존경을 전략 삼는다.


거의 모든 사랑과 존경은 왜곡되고 굴절된 모습으로 표현된다.

왜곡의 크기는, 존경보다 사랑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사람들은 '사랑'만 보게끔 설계된 시선을 가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가 대립하듯, 사랑과 존경도 서로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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