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
어둠보다
눈이 먼저 깬다
식은 물
다시 데우다
생각도 식는다
빠진 것과
남은 것
모두 하얗다
거울 속
웃는 주름
이쯤이면
잘 늙은 거다
☞ 작가 노트
늙는다는 건 점점 무거워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말이 없어지는 일이다. 거울 속 주름 하나에도 하루가 쌓여 있고, 식은 물처럼 식어가는 생각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이 시는 늙음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그것이 내 인생의 블루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