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물들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012>

by 경국현

물에 비친 세상은

손에 닿지 않는다


피는 꽃도

지는 바람도

잠시뿐이다


사랑도 그랬다

붙잡을수록

사라졌다


공은 그릇

색은 허상


나는 안다

모든 것은

한때의 파도


그래서 오늘은

본다

놓는다


공함 속에 충만함

충만 속에 텅 빔




<작가 노트>

사랑도, 젊음도, 기쁨도 결국은 스쳐간다. ‘색즉시공’은 비움의 철학이 아니라, 채움과 비움이 이어지는 삶의 순환이다. 이 시는 더 이상 붙잡지 않겠다는 한 남자의 조용한 수긍이다. 놓는 것은 잃는 일이 아니라, 다시 채우기 위한 준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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