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의원직 사퇴 선언을 보며 든 생각
이낙연 전 총리의 의원직 사퇴 배수진. '대통령'이 그에게 '수단'이 아닌 '목적'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평가를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적어도 나에겐.
사실, 신문이나 방송, 혹은 친구들과의 수다 속에서도 이낙연 후보를 이낙연 의원이라고 부르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들 이 후보를 이낙연 전 총리 혹은 전 대표로 불렀다. 그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아. 그가 의원이었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의 의원직 사퇴 선언은 좀 뜬금없어 보였다.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원직 버리고 정권 재창출 나선다”는 그의 말이 "지금까지 저가 바꾸겠다고 한 것들, 대통령 안 시켜주면 안 하겠습니다."라고 들렸다. 적어도 나에겐. 그래서 많이 아쉬웠다.
그가 지금까지 이야기해왔던 것들은 그가 대통령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풀어야 하는, 풀어내야만 하는 과제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불평등, 평화, 복지, 인권 등등 각 주요 꼭지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을 텐데. 그리고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이 시대를 이끌겠다 다짐한 리더라면 천착해서 풀어야 할 과제들일텐데.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어떤 자리에서 무엇을 하든, 000 과제를 풀기 위해 저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라는 메세지를 듣고 싶었는데, 되려 "이 자리 아니면 그 일 못 하겠습니다!"라는 듯한 이야기를 들으니 좀 얼떨떨하고 씁쓸했다. 그 뜻이 아니었을지라도 말이다. 일상성 없는, 항상성 없는 비전이 얼마나 허무한지도... 조금 알겠고...
비장하게 던진 공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뭐래"라고 읽히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번이 그런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번 일을 잘 모니터링 하셔서, 다른 분들은 의원이라는 자리를 그렇게 쉽게 쉽게 던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시민들은 의원이라는 자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있다는 사실, 꼭 기억하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