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이를 이끌고 있는 터키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상황(현재 19.89%)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투자와 수출을 늘리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10월 에르도안 정부는 3명의 중앙은행 고위 공직자를 해고함으로써 경제 정책에 대한 불안정성을 증폭시켰다. BlueBay Asset Management의 이코노미스트 Timothy Ash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이뤄내는 것이 2023년 재선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애널리스트들 역시 비슷한 전망을 하고 있다. 현재 터키는 중임까지 허용하고 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기 경선 등을 통해 어떻게든 2023년 대선에 다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성장이라는 표면적 사유로 정책을 쏟아 내고 있지만 외신뿐만 아니라 자국민들도 그의 정책을 신뢰하는 것 같진 않다.
자료 작성일 현재(11/23) 리라화가 지난주 대비 12% 하락, USD11.37 선까지 떨어지며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00 베이시스 포인트 낮추며 15%로 조정했는데 지난 9월 이후 벌써 400 베이시스 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20%에 육박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으로 인해 시장에서 리라화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이며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터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박은 내년 중순까지 일시적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터키 당국에 주장하는 경제 활성화 수준은 몇 가지 통계 지표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경제 회복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World Bank에 따르면 세금 이연 등이 포함된 터키 정부의 경제 활성화 패키지 정책이 GDP의 12%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는데 이는 G20 국가의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며 미국, 호주 캐나다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경제 신뢰지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으며 경제 회복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GDP 제조업과 도소매 활성화에 힘입어 소폭 상승했으며 2분기는 전년도 대비 기저효과 등에 따라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금융/보험업은 전년도 동기 대비 22.7% 감소하였는데 이는 리라화 급락으로 인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수출지표 역시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3분기 수출량은 전년도 동기 대비 16.3% 증가한 반면 수입량은 전년도 동기 대비 9.2% 감소하였다. 다만 실질가치인 수출액은 11.8% 증가한 반면 수입액은 23.4%로 수입액이 수출액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최근 원유 가격의 상승이 수입액을 큰 폭으로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2021년도 1~3분기 전체 수출액이 수입액의 8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7.5% 증가한 수치이다.
다만 미래 경제 전망에 대한 기대는 비관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11월 소비자 신뢰 지수는 71.1(10월 76.8)로 이는 2004년 통계가 작성된 이래 가장 낮은 수치이다. 또한 3분기 실업률은 11.7%로 발표했는데 이는 전년도 동기 대비 소폭 낮은 수치(12.4%)이다. 터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근로자 보호를 위해 해고 금지, 무급휴가 부여, 단기 근무수당 지원 정책 등을 시행해왔기에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근로시간이 이전 대비 1/3 이상 단축됐을 경우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근로자들에 한해 급여의 일부를 실업기금에서 고용주에게 지원했기 때문에 고용주는 인건비 부담을 일부 덜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지원 정책이 올해 3분기에 종료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실업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에르도안 정부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정책은 물가를 상승시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키는 측면이 있으며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또한 환율 변동성으로 인해 주요 은행 및 기업들의 환 리스크를 비롯하여 외채 상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피치(Fitch)에 따르면 은행의 외화 대출 비율이 24%에서 45%로 대폭 증가했다. 피치는 환위험과 기준금리 인하 등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해 있는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Capital Economics의 Jason Tuvey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터키 은행들의 대출 연장이 불가능한 상황을 최대 위험으로 꼽았다. 현재 단기대출 규모는 USD 84B으로 전체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각 기업들은 이런 리스크를 가격을 올림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터키 정부는 현재 USD 100 이상 환전 시 신분증을 제시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안을 발의했다. 20여 년간 터키의 총리와 대통령 직을 수행한 에르도안의 정책이 경제 성장에 긍정적 요인을 준 경우도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Daren Butler and Orhan Coskun, "Turkish lira sinks further to historic low, Erdogan defends policy" Reuters, November 23, 2021 (링크).
- Jared Malsin and Patricia Kowsmann, "Turkey's Currency Crisis Raises Cost of LIving, Threatens Financial System" WSJ, November 20, 2021 (링크).
- Jared Malsin and Anna Hirtenstein, "Turkey's Erdogan Fires Central Bank Officials, Fueling Economic Uncertainty" WSJ, October 14, 2021 (링크).
- Jared Malsin and Anna Hirtenstein, "Turkey Currency Crisis Threatens Economy, Posing Challenge to Erdogan Rule" WSJ, November 18, 2021 (링크).
- 조기원, "하루새 물건값 2배...터키 리라화 가치 또다시 사상 최저치" 한겨레, 2021년 11월 17일 (링크).
- 윤영숙, "터키 리라화, 대통령 10개국 대사 추방 경고에 사상 최저" 연합뉴스, 2021년 10월 26일 (링크).
- 손진석, "터키 리라화 17% 폭락...그 뒤에 에르도안 막장통치" 조선일보, 2021년 3월 23일 (링크).
- 김우현, "터키 2021년 상반기 주요 경제 동향" kotra 경제.무역, 2021년 07월 12일 (링크).
- The 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TURKEY ECONOMIC MONITOR, APRIL 2021: NAVIGATING THE WAVES (The World Bank, 2021), 1-78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