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휴~ 이게 뭐라고

by 노경문

"엄마 얼굴 봤어?"

형이 먼저 물었다.
최근 개원한 병원에서 엄마한테 이것저것 피부미용 시술을 해줬다고 했다.
난 봤다고 했다. 많이 젊어졌다고. 실제로 그랬다.

턱선이 또렷해지고, 얼굴 톤도 한결 맑아졌더라.

"더 올라붙었어. 이건 계속 붙어.
이게 얼굴 늘어지고 볼륨 있는 사람들한테 직빵이거든. 진짜 효과 좋아."

형은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엄마가 변한 걸 본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그런데 정작 엄마는,
"아휴 뭐... 그냥 그래..."
하며 손사래를 쳤다고 했다.

내가 분명 본인도 젊어진 걸 아는데 왜 그런 반응인지 모르겠다고 하니,

"여자들은 ‘예뻐졌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형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원래 예뻐야 되는 거야.
뭔가를 해서 예뻐졌다고 하면 싫어해.

그래서 나도 말 돌려서 해.
'혹시 주변에서 살 빠졌단 얘기 안 들으셨어요?'

그러면 바로 알아들어.
‘맞아요~ 들었어요~’ 이러면서 다음 예약 잡으셔."

나는 순간 벙쪘다.
예뻐졌다고 말하면 싫어한다는 말이,
웃기면서도 진짜 이해가 안 됐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나는 마음속에 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편이다.
좋으면 좋다, 고맙다면 고맙다, 예뻐지면 예뻐졌다.
그게 왜 불편한 건지 잘 모르겠는 사람이다.

와이프도, 종종 서운했을 거다.

머리를 예쁘게 하고 와서 보여줬는데,
나는 “괜찮네~” 정도로 끝내거나,
뭘 하고 왔는지 아예 눈치채지 못한 적도 있다.

이윽고 왜 말 안 해줬냐고, 서운하다고 말했을 때,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예뻐졌으면 예뻐졌다고 말해주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아니, 그냥 느껴주고, 알아봐주고,
내가 말 안 해도 알아줘야지..."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아직도 약간 어지럽다.

단순한 칭찬을 건넸는데,
그 말이 때로는 평가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요즘에서야 조금씩 배우고 있다.

그러니까 형의 말은,
단지 피부과 운영 노하우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존재가
어떤 방식으로 ‘예쁨’을 말해야 하고,
또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지를
조용히 보여주는 감정의 지도랄까.

엄마는 본인이 젊어졌다는 걸 모를 리 없다.
그걸 부정하면서도 기분은 좋아졌을 거다.

그 ‘에휴~’는 그냥 민망하고, 기쁘고, 뭔가 쑥스럽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하나로 눌러 담은 감탄사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그게 엄마가 할 수 있는 방식의 기쁨 표현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아직도
그 말들이 어렵다.

돌려 말하는 화법,
기분을 슬쩍 흘리는 방식,
칭찬은 듣고 싶지만, 마치 우연히 주운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다는 마음.

그런 감정의 언어들은
내가 자라오면서 익히지 못한 세계였다.

그래도
이해하려고 한다.

아내가 말없이 서운해했던 시간들,
엄마가 ‘에휴’로 넘겼던 순간들,
그리고 형이 진료실에서 수없이 만나온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안다’는 게 아니라
그 마음의 표현 방식을 익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방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때로는
낯설어하는 그 언어를
배워보는 일이다.

오늘도 나는
내 방식으로 다가서려 한다.

예쁘다는 말을 삼키고,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혹시 주변에서... 살 빠졌다는 얘기 못 들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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