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떠나고, 우리는 박수친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나란히 발표를 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산업, 전기차, 에너지 분야까지 폭넓게 포함됐지만,
그중 핵심은 루이지애나주 도널드슨빌에 현대제철이 신규 제철소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처음엔 그런다보다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이 걸렸다.
왜 하필 생소한 루이지애나일까?
왜 트럼프 곁에서 이 발표를 했을까?
루이지애나는 전기료가 미국에서 손꼽히게 저렴한 지역이다.
철강 산업은 전기를 무지막지하게 많이 쓰는 업종이기에, 이 한 가지 조건만으로도 막대한 비용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평균 이하의 인건비와 낮은 토지 가격, 그리고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동시에 제공한다.
잘 닦인 공업 인프라가 갖춰진 텍사스나 조지아도 유력한 후보였지만, 현대는 더 큰 혜택과 유연성을 선택했다.
다소 낙후된 이 지역이야말로 가장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고,
트럼프 정부와의 정치적 시너지까지 고려하면 이 선택은 고도로 계산된 판단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유튜브 채널<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를 통해 처음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나는 영상을 보며 점점 어떤 감정에 빠져들었다.
이번 발표로 주가가 오르고,
관세를 피했다며 박수치는 이들 속에서 점점 숨이 막혔다.
한국의 전기료는 루이지애나의 거의 *세 배에 달한다.
강성 노조, 갈수록 무거워지는 규제, 인건비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신뢰 부족이 한국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그룹이 미국으로 떠나는 건 단순한 탈한국이 아니다.
그건 더 이상 자국의 땅이 산업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가 아니라고 냉정하게 판단한 결과다.
철강은 제조업의 뿌리인데, 이제 그 뿌리조차 뽑혀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건 단발적인 이슈가 아니다.
조선업, 반도체까지 줄줄이 연결된 흐름이다.
과거 우리는 싼 인건비와 특유의 성실함으로 전 세계에 품질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팔던 나라였다.
이제는 가격과 품질에서 중국에 밀리고, 일본엔 신뢰와 브랜드에서 밀린다.
고급은 뛰어 넘기 힘들고, 저가는 더 이상 우리가 주도하지 않는다.
변화는 너무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다가오고 있다.
산업이 이탈하고 있다.
미래는 한국을 선택하지 않고 있다.
요즘 뉴스를 켜면 마치 구한말 같다.
산업은 흔들리고, 인구는 줄어들고, 불신은 커지고,
그 와중에도 정치권은 싸움질에만 바쁘다.
사람들은 이번 발표에 현대차의 주가 상승을 반기지만,
나는 주주로서 웃을 수 없었다.
이건 박수가 아니라,
우리나라 토대 산업의 조용한 이탈을 목격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내 아들 승원이에게는, 남겨진 나라가 여전히 희망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