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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Jul 09. 2020

[독서 기록] 알아두면 좋은 국내 여행지

양정우, 양슬기, 이향숙, 문지은의 <알쓸신잡 시즌1>을 읽고



나영석 PD의 프로그램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여행도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알쓸신잡>이 방영될 때도 반가웠다. 또 다른 형식의 여행 프로그램이 시작되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봤을 때, 기대에 상응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사람들은 여행지에서도 다른 것을 보는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다음 해, 회사를 나오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만 일정을 꾸릴 수 있었던 것도 이때 본 그들만의 여행 스타일 때문이었을 것이다. 남들에게 특이해도 내가 가고 싶으면 가면 된다는 걸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다.


2년이 지나 다시 퇴사를 하게 된 올해, <알쓸신잡 시즌1> 신간 광고를 보게 되었다.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들었다는 데에 반신반의했지만, 어떻게 만들었을지 궁금하다는 마음이 커서 덥석 사게 되었다. <알쓸신잡> 책을 받고 가장 신기했던 건,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룬 책에 비해 사진이 매우 적다는 점이다. 물론 각 도시의 일러스트들이 가미되어 있지만, 영상 프로그램이 주축인 책에 사진이 없다는 건 꽤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들이 글로 승부수를 띄우려고 사진을 배제했을까, 고민 아닌 고민도 해보았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해당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쉬운 글과 그림이었지만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각 도시별로 사진이 두어 장씩은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프로그램에 대한 에필로그북처럼 느껴졌다. 일단 프로그램 내용을 숙지하고 있는 나에게는 책을 읽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글만으로도 상상이 잘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프로그램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상상이 꽤 필요한 책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서 사진이 몇 장 들어가 있으면 조금 더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을 받자마자 읽고 싶었던 것은 'Chapter 3. 강릉'편이었다. 글의 초입에 나오는 회사에 아직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다. 금요일에 회사에서 큰 사고를 치고 혼나고 멘탈이 탈탈 털려서 집에 왔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새벽에 어딘가로 떠나야겠다 생각했고, 새벽에 즉흥적으로 '강릉' 행 버스를 예매했다. 몇 시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새벽 6시 버스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안목해변에 가서 여한 없이 바다를 바라보다가, 믹스커피도 마시고 핸드드립 커피도 사 마시고 돌아왔었다. 고민을 바닷속에 묻고 돌아왔던 즉흥여행이었는데, 이 책에서 '강릉'이라는 두 글자를 보니 그때가 떠올라서, 가장 읽고 싶었다. 


실제로 읽었을 때도 그때 갔던 장소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놀랐다. 다른 프로그램을 보고 참고한 것이긴 하지만, 안목해변의 커피 자판기 이야기는 여기서 봐도 반가웠다. 세상 다 끝난 듯 서울을 떠나와 주머니 안에 있는 에이포용지를 한 장 백사장에 깔고 앉아 믹스커피를 홀짝이던 그때의 내가 다시 떠올랐다. 분명 그때는 굉장히 서글펐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 우스운 날이어서 더욱 즐겁게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찍었던 사진 한 장


여행기를 읽는 걸 좋아하기에, 이 밖의 다른 도시에 대한 내용들도 재미있게 읽었다. <알쓸신잡>이어서 재미있었고, <알쓸신잡>의 내용이라 아쉬웠다. 팬층이 두터운 프로그램이지만, <알쓸신잡>의 팬들을 위해 만든 책이란 생각을 지울 수는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또 하나, 시즌3이 끝나고도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시즌1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게 아리송했다. 시기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능한 일정은 아니었겠지만, 시즌1이 끝나고 나왔으면 더 활발한 구매가 이어졌으리라는 생각은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걸 보니 다시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괜히 읽었어!!!"라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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