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의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고
<유 퀴즈 온 더 블럭> 직업의 세계 편에 특수 청소 전문 대표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전부터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려고 했는데, 방송에 나오면 도서관에서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듯하여 예약을 해두었다. 마침 방송에 이 책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개되었던 날, <죽은 자의 집 청소>를 받아왔다.
서점에 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건, 제목 디자인이었다. 제목을 그림자처럼 하여 뒤쪽에 한번 다 쓴 게 기억에 남는다. 책 내용을 다 알고 나니, 그림자라기보다는 흔적으로 느껴졌다. 죽은 자는 떠난다 하더라도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음을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하얗지도 완전히 까맣지도 않은 회색이 책과 굉장히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집, 한 집을 청소하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길지 않은 분량에 비해 그것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길었고 깊었다. 저자는 집을 청소하면서 그들이 했던 생각들, 그들이 처했던 상황들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던 듯했다. 부패된 것들에서 나오는 냄새와 함께 그들이 남긴 유품들을 보고 떠오르는 생각들 때문에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답할 사람이 없는 질문들이 떠오를 테고, 그 질문들이 슬픈 대답으로 귀결될 것 같다는 예상이 들었다.
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점에서 이 책들을 발견하고 집 혹은 집이라 불리는 캠핑장에서 읽기 위해 값을 치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텐트 안 램프에 불을 밝히고 문장을 읽어나가며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캠핑 라이프 中)
자살 직전의 분리수거라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이전에 다른 자살자의 집에서 번개탄 껍질을 정리해둔 광경을 본 적은 있지만, 이것은 너무나 본격적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착화탄에 불을 붙이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중에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다고? 그 상황에서 대체 무슨 심정으로? (분리수거 中)
미안해. 꽃 좋은 곳으로 가.
단순히 세 들어 살던 자가 쓰레기를 버려두고 야반도주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장마가 그치고 해가 비치나 싶어 하늘을 올려다봤더니 흩어지는 구름 더 높은 곳에서 적란운이 몰려오는 기분이다. (꽃 좋은 곳으로 가, 언니 中)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남긴 것들을 정리하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주변 사람들에 의해, 물건들이 대답을 해주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슬프고 무거웠다. 나는 이 책을 버스와 지하철에서 나눠 읽었는데, 누군가들과 같이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슬픔 안으로 푹 들어서 슬픔에 젖어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딘가로 이동하며 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오래 남겠지만 슬픔은 내가 타고 온 버스에, 지하철에 두고 올 수 있어서였다. 혼자 방에서 집중해서 읽었다면 오래 슬픔에 빠져 있었을 것 같다.
집은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쓰레기가 가득했던 집도, 모든 게 정리된 집도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게 치워야 할 것들이 되었다더라도 그렇게 되기까지 그들 모두 열심히 살았으리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나는 그들 모두 열심히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삶을 놓았다 하더라도 생을 잘 살아보고자 노력했으리라 생각한다. 저번 주에 왔던 웹툰에서 '죽자'고 말했을 때마다 사실 살고 싶었다 말한 등장인물을 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집의 주인들도 사실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고, 죽음 외의 다른 선택지를 고르고 싶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자살 방법을 찾아보다가 저자에게 전화를 한 사례가 나온다. 우여곡절을 거쳐 그녀를 찾았고, 그녀는 목숨을 건지고 저자에게 '나쁜 시키'라고 문자를 보낸다. 그전에 전화로 착화탄을 몇 개나 피워야 하는지, 많이 아픈지 묻는데 그것이 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생각한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했던 삶에 대한 의지였다 생각한다. 그리고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고 생각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읽으면서, 스스로 삶을 놓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프고 외로운 길을 걸어야만 하는 상황이 적어지길 바랐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남긴 것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슬퍼했다. 누군가 마음으로 슬퍼했다는 걸, 좀 더 이 세상에 머무르길 바랐다는 걸 알면 그들은 살아 있었을까. 앞 질문의 대답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좀 더 오래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생각했고, 책을 덮고 그들이 지금은 편안하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