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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ug 12. 2020

[독서 기록] 책에서 얻어갈 습관 하나

신미경의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를 읽고 



책 한 권 읽는다 하여 없던 자신감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만, 자신감이 떨어질 때 서점에 가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라는 이 책이 눈에 띄었다. 매번 상황에 흔들리는 내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깃든 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책을 사지 않았던 것은 '이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라 뿌리도 단단하겠지'라는 못난 마음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 못난 마음을 접고 읽을 여유가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1부를 읽고 느낀 점은, 대단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시점이 넘어갔을 때 일을 더 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것, 혼자 사는 집을 꾸미는 것…… 넓게 말해 '세상을 이렇게 살아도 될지에 대한 고민들이 1부에 담겨 있었다.


'불안하다면, 한 번 점검하는 걸론 충분하지 않아'로 나의 일상에 자리 잡았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전기 플러그를 모두 뽑았는지, 가스 밸브를 내렸는지 두 번씩 점검한다. 어느 겨울날 보일러의 난방 스위치를 끄지 않고 외출했다 집이 아닌 찜질방으로 돌아온 날을 뼈아프게 떠올리며 보일러 스위치로 철저하게 단속한다. 모두 강박에 가깝게 반복되는 나만의 안전 루틴.  (겁쟁이가 사는 법 中)


나는 불안한 마음이 생기면, 강박증에 시달린다. 본가에 내려가 자취방을 며칠씩 비우는 날이면, 가스 폭발이 일어날까, 화재가 일어날까, 도둑이 들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 실수 한 번이 남긴 상처는 오래오래 남아, 정말 불안할 때는 사진을 모두 찍어서 집을 비워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저자와 나의 공통점에서 마음의 벽이 허물어졌다. 그래서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그녀가 제안하는 '나를 지키는 일상의 좋은 루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제안하는 모든 루틴을 받아들일 수는 없을 듯하다. 그녀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며 미니멀리스트이지만, 나는 육식을 사랑하고 맥시멀리스트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제안해준 삶의 방식은 유의미했다.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 그건 늘 내게 '나의 삶의 방식'도 삐뚤어진 게 아니라 다른 방식 중 하나이니 '괜찮다'는 말을 해준다. 그래서 나에게 힘이 된다. 이 책 또한 그러했다. 


여행자들 리뷰 사이에서 '예쁜 쓰레기'라 험하게 불리는 마그넷이나 엽서들은 여행을 기념하기보다 집에 굴러다니는 불필요한 잡동사니가 되기 쉽다는 생각에서다. 대신 이탈리아 여행 끝에 기념으로 가져온 것은 바로 레몬을 일상에 들이는 그들의 문화였다. (레몬 한 조각 中)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에 나오는 일화 중 하나인데, 무언가를 얻는다는 건 여행뿐 아니라 독서에서도 가능하다. 이 책을 읽으면 조금 더 건강하게 사는 법 하나를 내 일상에 들일 수 있다. 건강하게 사는 법에는 물리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식사 습관부터 스트레스 관리법까지. 그중 하나만 자신의 것으로 얻어도 성공한 독서가 아닐까.


그중에 내가 들이려는 방법은 업무에서의 태도다. 열심히 일하면 좋다는 생각에 경주마처럼 달리기만 했는데,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일찍 지치게 되고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인생은 마라톤이고 나는 마라토너지, 스프린터가 아니니 업무 시간과 내 일상을 구분하는 법을 학습하고 더 오랜 시간 직장인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 '눈을 가린 꿩처럼 일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마음이 콕콕 쑤셨다. 


또 하나 얻어보고 싶은 루틴은 숙면을 위한 것이다. 피곤함에도 무언가 덜 했다는 조급한 마음에 잠을 못 드는 일이 많은데, 여기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싶다. '침실에 아로마 오일 한 병'을 두고 써보라는 조언이 있는데 이걸 해보고 싶다. 미간이 풀어지지 않아 잠에 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향으로 이를 편안하게 놓아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이번 달, 나에게 주는 선물로 아로마 오일 한 병은 어떨까 싶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 권으로 뿌리가 튼튼해지진 않았다. 이 책은 뿌리가 흔들리지 않게 도와줄 토양 같았다. 흔들리고 아픈 게 나 자신이라면, 이 책은 아픈 나무에게 "네가 마시는 물을 바꿔 보는 건 어때?"라든지 "네 옆의 흙을 좀 바꿔 보는 건 어때?"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조언자 같았다. 그 조언들을 잘만 활용한다면, 조금 덜 아픈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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