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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ug 21. 2020

[독서 기록] 모두 내려갔다 올라오길 반복한다

김병수의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를 읽고 


'무기력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울 때가 많았다. 내 불안함은 생을 끝내겠다는 위험한 생각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무얼 해야 할지, 무얼 해야 기분이 나아질지, 덜 우울해도 되는 건지 결정을 못하게 만들었다. 잠시라도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 책을 보고 TV를 보았다. 요즘 내가 택한 책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나만의 노력이었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를 신청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의 1부를 읽을 때,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이 모두에게 똑같이 찾아가는 고민이라는 데에서 오는 안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청년의 마음에 '상처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학창 시절부터 성적 경쟁에 시달려 왔는데 입시에 취업에서도 좌절을 반복해 겪다보니 채 아물지 않은 상처에 또다시 피가 날까봐 움츠러든 게 아닐까? 아니면, 큰 상처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다보니 실패와 좌절에 지레 겁먹은 것은 아닐까? (무기력도 전염병입니다 中)


이 문단에 깊게 동감했다. 나는 상처받는 게 두려운 청년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지만, 반복해 넘어지면 굳은살이 박여도 무릎은 까진다. 상처에 적응되는 사람은 없다. 좀 덜 놀랄 뿐이다. 그래서 뭐든 도전하기 전에 움찔거린다. 어딘가로 메일을 보내기 전에 숨을 세 번 정도 몰아쉬어야만 하는 움찔거림이 필요하다. 결정이 지연되는 건, 혹시 뭐가 잘못되진 않았을까 하는 의문 때문이다. 이런 나를 사찰이라고 한 듯, 김병수 작가는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말한다. 상처받을까 봐 움직이지 않으면, 몸을 더 웅크릴 뿐이란 것이었다. 그게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했다. 


약 섭취보다 운동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둘을 종합하면 조금이라도 바깥 활동을 하는 게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부러 한 권씩 책을 빌려서 걷는 게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나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사부작거리는 내 행동들이 꼭 필요한 행동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합법적 딴짓 시간을 더 자주 가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우울을 만드는 태도를 읽을 때는 내 태도의 단점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과거를 곱씹을수록 왜 쓰기만 하고 몸에 남는 교훈을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아래 문단을 읽으면서 답을 찾았다.


"네기 왜 그렇게 했을까, 그렇게 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하며 과거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지난 일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건 중요하다. 실수를 돌아보고 교훈을 얻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반성이다. 반성은 자신의 행동을 검토해서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자기조절력의 필수 구성 요소다. 그러나 지나간 잘못만 곱씹는다면 그것은 반추다. 반추를 반성이라고 착각해선 안 된다. 반성은 기운을 되찾게 하지만, 반추는 하면 할수록 우울해진다.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드는 태도 中)


나는 과거를 반추하기만 했었다. 그래서 밤마다 잠도 못 자고 우울했던 것이다. 반성을 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게 당장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아 반추를 멈추기로 했다. 기운을 되찾지는 못할망정 우울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1부가 우울의 요인이라면, 2~3부는 어떻게 마음의 파도를 잔잔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나와 있다. 세 파트 중 1부가 가장 와닿았던 걸 보면 나는 답을 찾고 싶었나 보다. 내가 왜 이런가에 대한 답. 아이러니하게도, 책에서는 인생에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으니 굳이 답을 찾지 말라고 했는데 나는 이 책에서 답을 하나 찾았다. 그 답은 다른 사람들과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이 비슷하다는 사실이었다.


다음은,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변해야겠다고 느낀 부분들을 발췌해 보았다. 이미 느꼈던 것도 있고, 알고 있지만 모른 척했던 것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좀 더 빨리 알은척해주었다면, 마음이 아플 일이 적었을지도 모른다. 아쉽지만 더 이상의 반추는 없다. 무언가를 깨달았으면 내일부터 달리 생각하면 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냥 해야 한다. 먹구름이 끼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이 내려도 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해봐야 한다. 겁먹고 물러나버리면 똑같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일단 하고 보자! 中)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 지금까지 10년이 걸렸는데, 시간이 너무 금방 흘러갔다. 그래서 원하는 것을 선택할지 말지 고민했던 시간이 아깝다. 그 고민 시간을 아꼈으면, 무언가 하나 더 해보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는 원하는 걸 그냥 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고 싶다.


당신의 강점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바로 답을 하지 못한다. 자기 자신을 몰라서이기도 하고, 어렴풋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어도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당신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곧바로 대답하는 사람의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재능 타령은 이제 그만! 中)


면접 주요 질문인데, 매번 입이 열리지 않는다.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다음에 재능은 "시간X운"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내가 오랜 시간 노력했던 것들을 추려서 강점이라고 말해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강점을 확신하지 못하니, 나만 그런 거다 구박하지 말아야겠다.


자신의 실수와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 탁월해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누구나 실수한다. 누구나 잘못한다. 누구나 결함이 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타인에게도 인색하다. 자신의 결점을 과도하게 비난하는 사람은, 타인의 잘못을 절대 그냥 넘기지 못한다. 혹독하게 비난한다.  (현명하게 탁월해지자 中)


나에게 관대하지 못한 편이다. 남들에게는 관대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래서 남들에게 하는 만큼, 남들에게 괜찮다 하는 만큼 내게도 괜찮다고 해주자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했다. 


아, 난감하다. 자신이 무엇에 기쁨을 느끼는지, 무엇을 할 때 코나투스가 상승하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다. (해봐야 알 수 있답니다 中)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잘 말하는 성격이다.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그렇다. 나는 그게 배려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그런 내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좋아하는 걸 고르자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선택을 미룬 나는 뭘 좋아하는지 선뜻 떠올리지 못했고, 결심과 달리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 여전히 선택하는 연습을 하고 있고, 그 선택들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뭘 할 때 기뻐하는지 알아가는 중이다.


 <상처는 한 번만 받겠습니다>를 읽고, 나는 삶을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내 삶이 타인에 비해 더 행복하거나 불행한 게 아니라,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게 삶의 특성일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내게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그래서 슬플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좋아지고 행복해져도 괜찮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 조언과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는 삶을 살아내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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