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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Oct 21. 2020

[독서 기록] 작가는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

타니아 슐리의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고


글을 쓰는 데에 탁월한 재주가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재능이 있다는 생각을 버린 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10대 때 나갔던 청소년 백일장에서, 당일에 주제를 받아도 당황하지 않고 쓰는 동년배 친구들과 그들이 써 내려간 글을 보며 나는 내 재능은 아주 작다고 생각했다. 노력해서 메울 수 있는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창작 재능은 신에게 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 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으며 나는 재능을 생각했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가들 중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도, 정반대의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재능은 천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능을 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은, 그 생각을 뛰어넘는 노력을 했고 그들의 작품은 세상에 남았다. 나는 그런 노력 역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노력할 힘 역시 신이 내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여성 작가들의 빛나는 순간과 문장들!'이란 문구가 있다. 이 중에서도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이란 부분이 작가의 운명을 타고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는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쓰지 않고는 못 배기는 운명을 타고나야 작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운명은 재능이나 노력으로 발현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나는 재능을 타고난 것으로 본다는 걸 다시금 알 수 있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을 읽기 전에도 재능에 대해 생각했다. 요즘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챙겨보는데, 그 속에서도 재능과 노력이 나왔고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도 나의 재능과 노력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러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여성 작가들이 어디서, 어떻게 글을 썼음을 담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그들의 재능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부럽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그들과 나의 다름을 찾기 위해서였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책을 특이하게 읽었다.


마지막까지 읽고 나서는, 재능이 행복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슬픈 답을 얻었다. 예민하고 감성적인 작가들 중에는 술, 담배 등을 의존하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또 각종 루머에 시달리거나 주변의 질투를 모두 받아내야 하기도 했다. 물론 그녀들이 행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행복한 삶과는 다른 면들이 있었다. 재능과 행복의 관계는 다른 콘텐츠에서도 유사하게 그려졌다. 만화 <허니와 클로버>에서 다른 미대생들에게 인정받는 하구를 보며 교수는 '여성 화가들 중 살아 있을 때 행복을 누린 사람은 몇 없다'라고 말했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가장 큰 재능을 지닌 준영은 '더 이상 피아노 치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글쓰는 여자의 공간>에서도 이런, 행복하지 않음을 목격한 기분이 들었다. 재능과 행복이 꼭 동행하지 않는 건 아닐 것이다. 동행하지 않는 시간을 목격한 것이 더 뇌리에 깊게 남아 있을 뿐이리라 생각한다. 재능과 행복의 동행이 절대 안 된다고 단정 지으면 너무도 슬플 것 같기 때문에, 그렇게 믿고 싶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었던' 그녀들을 떠올린다. 아이를 재우고 새벽에 일어나 동트기 전까지 글을 썼다는 그녀, 타자기와 책상만 있다면 어디서도 글을 쓸 수 있다던 그녀, 차가운 물속에 잠겨 있는 느낌을 받으며 글을 썼다는 그녀. 다양한 장소와 시간과 환경 속에서도 '글을 써야만 했던' 그녀들 덕에 우리는 더 많은 작품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고맙고, 지금은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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