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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Apr 09. 2020

[독서 기록] 현재는 과거로 용서되지 않는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일생일대의 거래>를 읽고



제목이 쓰인 페이지를 넘기고 가장 먼저 보게 되는 문장은


이건 한 생명을 구하려면 어떤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짧은 이야기다.


였다.


이전에 읽었던 프레드릭 베크만의 두 작품에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무언가를 준 것을 보았기에, 여기서 '어떤 희생'이라는 단어는 내게 조금 다르게 읽혔다. 내가 무얼 예측하든 내 예측보다 더 큰 희생이 따라오리라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줄거리를 말하는 것 자체로 모든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그래서 소재만 말하자면 '죽음' 그 직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나'의 선택이 위대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나'가 어린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았던 것까지 용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글쓴이)와 달리 '나'의 아들은 그런 아버지마저 한 번의 방문으로 용서한 것 같지만 말이다. 죽음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주인공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몇몇의 글귀에서 그것이 느껴진다.

예를 들어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
라든지 

그 뒤로 몇 년이 지나서 네가 열한 살인가 열두 살이 됐을 때 네 엄마와 뭔가로 크게 싸우고 한밤중에 버스를 타고 나를 찾아와 나와 함께 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안 된다고 했지.

라는 부분 등에서 꾸준하게.


일관적이었던 '나'가 변한 것은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던 세상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일을 한 걸 알지만 마냥 좋은 사람이라고 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부분에서 '여길 지나가면 아프냐'는 질문을 했을 때는 마음이 찡했다. 누군가의 배려로 그 안을 통과하는 순간만은 아프지 않았길 기도했다.


단편이고 등장인물도 많지 않아 어쩌면 이번에는 내 예상대로 등장인물의 희생이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더욱 그렇게 읽혔겠지만, 단편임에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나는 여전히 그의 이야기가 흥미롭고, 
다음에 번역되어 나올 책은 무엇인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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