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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erKS May 16. 2020

[독서 기록] 연애하지 않아도 무죄

엘리의 <연애하지 않을 권리>를 읽고





30대 여성으로 연애 경험이 적고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잔소리를 피하기 힘든 사실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졌다는 말이 무색하게 친구들은 서른이 되자 하나둘 유부녀의 길을 떠났다. 오랜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나는 그 두 무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다. 연애하는 무리에 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은 있으나 노력하진 않았다. 어디 길 가다가라도 만나는 사람이 있겠지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내 앞의 바쁜 일들, 관심 있는 일들이 처리하다 보니 어느덧 서른이 되었다. 


자주 만나지 않게 된 무리가 있다. 한때는 정말 친했다. 멀어진, 멀어지고 싶었던 이유는 하나였다. 모여서 하는 이야기가 '지금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냐, 소개팅은 언제 할 거냐.' 등등이었는데, 할 말이 없었다. 연애도 하지 않는데 결혼 계획까지 물어보곤 했다. 그것만으로도 피곤했다. 마치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본 스펙이 나에게 없는 기분이었다. 


요즘 다시 이때의 기분을 느꼈다. 나만 연애 없는 삶을 살고 있나? 친구들의 괜찮다는 이야기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시기인 지금 <연애하지 않을 권리>를 읽은 것은 다행이었다 생각했다. 읽으면서 뜨끔한 순간이 많았다. 연애해야 하는 이유로 나 역시 생각하고 있던 것들 때문의 연애를 반박하는 이야기가 많았다. 굳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한 언니의 조언을 들은 기분이었다.


초반부를 읽으며 연애를 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다는 생각은 나에게서 발현되었구나 생각했다. 나의 약점을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실로 덮고 싶어 하는 사람, 그 사람은 나였다. 사실 친구들의 말에 덧붙일 내용이 있으면, 즉 연애를 하고 있었으면 나는 연애를 불편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못했든 안 했든 연애와 거리가 멀어진 나를 인정해주어야 할 사람은 나였다. 내가 괜찮으면 다른 사람들이 연애에 대해  아무리 왈가왈부해도 흔들리지 않았을 터였다. 오히려 연애에 목숨 건 사람은 나였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연애하지 않아도 괜찮으려면 내가 내 상태를 제대로 직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은 생각보다 감성에 치우치기만 하지 않았다. 출처에 쓰인 책이나 참고된 자료들로 공신력을 더 높게 책정받았다 생각했다. 연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여자는 이래야 해.'


이것들에 대한 반박과 감상이 담긴 글이었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머리카락을 자르고 오자 남자친구가 자신에게 허락받지 않았다고 화내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도 많이 듣는 이야기였다. 남자친구가 아니라 남자 동료들까지 머리를 자르니 여자답지 않다고 어울리지 않는다며 잔소리를 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왜 다들 여자의 머리카락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이외에도 여자 상사가 높이 올라가면 독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관리를 하라고 하지만 성형을 하면 성괴라고 하는 것 등의 일화에 공감했다. 아무 생각 없이 당연히 '이래야 한다'라고 받아들여왔던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이 책을 덮고 나오면서 여드름 흉터를 가리기 위해 사용하는 쿠션 팩트를 보러 올리브영에 들어갔다. 나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여전히 다수가 말하는 여성의 삶을 어느 정도 좇아갈 것이다. 남들에게 조금 유별나 보이는 사람이 될 용기가 아직은 없는 탓이다. 읽는 것들 중 실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긴 하다.


연애하지 않아도, 여자답지 않아도 괜찮은 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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