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기업과 중소기업 간 기술교류
중소벤처기업의 방산육성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가 있다. 기술교류라는 것인데, 중소벤처기업과 방산체계기업 또는 군부대, 군 관련 기관 등과의 기술교류의 장을 여는 행사이다. 현재는 방산체계기업 중심으로 기술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목적은 중소벤처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국방에 적용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는 데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교류가 실속 없는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술교류인가? 컨설팅인가?
기술교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일까. 서로의 기술을 교류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방산육성 현장에서의 기술교류를 보면, 보여주기식 행사에 치중하는 듯 보인다.(비단 기술교류 행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수많은 행사들이 있고, 대부분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기술교류가 대부분 방산체계기업인 한화나 현대, LIG넥스원, KAI 등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진행되고 있다는 점. 둘째, 중소벤처기업의 보유기술 및 수준과 무관하게 획일화된 형태로 진행되는 점이다. 기술교류 행사에는 통상 참여하는 중소벤처기업이 자신들의 기술을 소개하고, 체계기업 담당자와 일대일 면담이 이루어지는 형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체계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기술을 "교류"한다는 말이 성립하기가 힘들다.(만약, 세계적으로 획기적인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이 있다면 교류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겠다.) 중소벤처기업은 체계기업에 자신들의 기술을 "홍보"하는 것에 불과하고, 체계기업에서는 일반적인 "행사"에 참여할 뿐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 예를 들어, 복싱 챔피언이 일반인과 스파링을 할 때, "기술교류"라는 표현을 쓰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기술지도나 컨설팅의 표현이 더 어울린다. 이와 같이, 작금의 기술교류 형태는 기술을 교류한다기보다는 "컨설팅"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의 문제는 업체의 보유기술이나 수준과는 무관하게 교류가 이루어진다. 기술이 교류하려면, 서로가 요구하는 방향과 나름대로의 니즈가 맞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A사는 부품단위를 제조하는 업체인데, 체계기업인 B사 입장에서는 부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단위 완제품을 구입하여 조립하는 입장이라면, 서로의 니즈가 맞지 않는다. 이 두 기업 간에는 교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런 사례는 현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중소벤처기업에는 원재료를 생산하거나 특정 체계에 들어가는 부품단위를 제조생산하는 기업이 많다. 반면 체계기업은 대부분 "조립"하는 기업이다. 1차나 2차 협력사로부터 제작된 단위 완제품을 구매하여 전체를 조립하고 조율할 뿐이다. 그리고 설령 좋은 기술이 있다고 체계기업에서 바로 적용할 수 없다. 무기체계는 군의 요구사항(ROC) 기반의 "맞춤 제작"이기 때문에 체계기업 입맛에 맞게 수시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이 두 기업 간의 기술교류는 그저 그런 행사로 끝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기술교류의 다각화 요구
이렇게 단순히 컨설팅 수준의 기술교류가 진정한 "교류"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쌍방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각화 및 다양화를 시도해야 한다. 기업이 부품단위를 제조한다면, 체계기업에 납품하는 게 아니라 체계기업의 1차 또는 2차 협력사에 납품할 수 있다. 따라서 부품단위 제조기업은 체계기업의 1차 또는 2차 "협력사와 기술교류"하는 것이 적합하다. 그리고 체계기업과 기술교류의 목적은 "기술용역" 중심이 되어야 한다. 체계기업에서 무기체계 연구개발을 진행할 때, 기술용역을 중소기업에 주면 원가산정에 가점이 부여된다. 이 외에도 체계기업이 핵심기술연구개발이나 미래도전기술사업을 주관하는 경우가 많으니, 연구개발 기술용역에 참여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 간 기술교류가 의미 있어 보인다. 현재는 기술교류가 체계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군과의 기술교류도 넓혀 가야 한다. 군에서도 마찬가지로 미래기술 발굴과 군 소요발굴이라는 중요한 역할이 있기 때문에, 소요발굴의 아이디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기술교류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특히, 상용품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MRO(유지, 수리, 정비) 관련 기업이라면 군과의 교류를 통해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다. 여기서 군과의 교류도 세분화할 필요가 있는데, 기업의 보유기술이 무기체계 관련이라면 각 군의 기참부(기획관리참모부), 전력지원체계라면 군참부(군수기획참모부)와의 교류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각 군에는 소요발굴을 위한 연구중심 부대들도 있다.(해군으로 보면, 직할의 해군미래혁신연구단과 군수사 예하의 함정기술연구소가 있다.) 이러한 부대와 "소요발굴을 위한 기술교류"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상용품이라면, 부대조달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상용품 수요가 있을만한 군부대를 직접 섭외하거나 방문하여 교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와의 교류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체계기업하고만 실시하는 기술교류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업체 및 기관과의 기술교류 영역을 넓히고, 쌍방의 니즈를 잘 반영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현재의 체계기업 중심의 기술교류가 안 좋거나, 의미 없는 행사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적어도 컨설팅의 역할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성과도 발생한다.) 다만, 개선의 필요성이 있고 개선을 시도해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만을 고집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기술교류의 다각화를 위해서는 군부대간의 협조와 담당 실무자의 역량 문제 등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분명 존재한다. 부디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극복하고 개선하여, "속 빈 강정"이 아닌 "실속 있는" 기술교류를 만들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