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교육 정보 속 알짜를 걸러내기
직업병 때문인지 나는 모든 교육 현상에 늘 관심이 많다. 영재교육, 사교육 현황, 대학 입시 정보, 대치동 학원 정보까지. 교육이란 교육은 전부 궁금하고 알고 싶었다. 정말 궁금할 땐 우리 아이들을 마루타로 시험해 보기도 했다. 유명한 교육 관련 업체에서 온라인 사회 수업을 한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을 참여시켜 본 적도 있다. 물론 첫 수업 때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개념을 선생님이 가르치지 않는 것을 보고, 줌 수업을 지켜보다가 바로 나오긴 했지만.
우리 학교 영재교육원이 너무 유명해서 강남 엄마들이 난리가 난 것을 보고, 도대체 영재교육원이 뭐가 그리 대단한 건지 궁금해 대치동 설명회에 가서 앉아 있기도 했다. 학원에서는 기존의 기출문제를 보여주며 실시간 수학교육과 교수님들께 “교수님, 작년에 낸 문제가 이게 맞나요?” 하고 확인까지 하면서.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나는 뱃속에 쌍둥이를 갖자마자 서점으로 달려갔다. 쌍둥이 육아에 대해 설명한 책은 몇 권 없었다. 쌍둥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한 선배맘들의 글을 읽으며 전의를 다졌다. 그때는 쌍둥이에게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각자의 삶을 살게 해야 한다고 해서,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서로 상관없는 이름을 지어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교에서 아무도 쌍둥이인 줄 못 알아보도록, 그래서 ‘누구의 쌍둥이 형제’가 아닌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낳아서 키워보니 웬걸. 이름은 완전히 달랐지만 얼굴이 똑같이 생겨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확인하기 전에 아이들의 얼굴이 먼저 쌍둥이임을 인증해 준다. 이렇게 언제나 육아의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
아이를 키우면서도 나는 늘 많은 육아책을 읽었다. 아이가 조금 크자 유튜브에도 교육 정보가 넘쳐났다. 책으로부터 정보를 얻던 나는, 이제 유튜브에서 자칭 교육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들을 들어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교육 전문가’라고 강의를 하는 사람들은 크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학원 강사, 입시 전문가,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명문대에 보낸 엄마들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유튜브를 보다가 소위 잘 나가는 입시전문가, 공부코칭전문가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최고의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 후, 교육과 관련된 TV에서도 학습 코칭을 해주고, 유튜브에서도 학습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엄마들을 대상으로 공부법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 사람이 정말 ‘전문가’가 맞는지 궁금했다.
그 사람이 운영하는 영재 센터는 웩슬러 검사를 포함한 풀 배터리 검사를 하는데 150만 원을 받는다. 3시간이 소요되는 검사와 1시간의 상담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은 단 1시간의 상담만 해준다. 신청하는 데도 어찌나 시간이 오래 걸리던지. 너무 비싸 망설였지만, 호기심이 또 발동한 나는 두 아이 중 더 궁금한 한 명만 먼저 신청했다.
자, 150만 원짜리 상담 결과는?
정말 세상에서 그렇게 돈이 아까웠던 적이 없다. 기대에 차서 상담실에 들어서자, 유튜브에서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설명하던 그 남자는 온데간데없었다. 세상 하기 싫은 표정으로 아이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처음에 검사지를 낼 때, 다녔던 학원과 다니고 있는 학원을 모두 적게 하는데, 그걸로 정보를 얻는 것인지 학원에 대해서는 정말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자기 전공이 아니었기에 웩슬러 검사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도 못했다. 다만 왜 엄마들에게 인기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엄마들이 ‘듣고 싶은 말’을 귀신같이 해 주기 때문이었다. 웩슬러 검사 중 수리 영역이 120이 넘으면 무조건 “이 아이는 영재고, 과고를 준비하라”라고 말했다. 엄마들이 듣고 싶던 그 말. “너의 아이가 재능이 있으니 지금 더 진도를 빨리 빼고 영재고를 향해 달려가야 한다.” 그리고 덧붙여 아이에게는 “대학에 잘 가려면 무조건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말 그의 사업 수완만큼은 인정해 주어야 했다. 그는 교육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사람의 불안을 읽고 돈으로 바꾸는 감각만큼은 탁월한 사업가였다. 엄마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그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며 유튜브를 통해 점점 더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유튜브는 분명 교육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가짜 전문가’가 난무하는 위험한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내가 부족해서 아이가 잘못될까 봐” 불안해하는 부모에게는 독과도 같다. 진짜 전문가와 인기 강사는 다르다. 전자는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고 돕는 사람이고, 후자는 불안을 자극해 상품을 파는 사람이다.
최근엔 ‘서울대·의대에 보낸 선배맘’들이 자신들이 아이를 어떻게 잘 키웠는지에 대한 비법을 유튜브에서 공개한다. 그 엄마를 소개하는 유튜버들은 하나같이 “아, 이분은 아이들을 너무나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라며 칭송한다.
내 아이를 서울대나 의대만 보내면 과연 나는 아이를 잘 키웠다고 할 수 있는 걸까? 뿐만 아니라 그 선배맘들의 경험은 어디까지나 ‘한 아이의 이야기’ 일뿐, 모든 아이에게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말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인다.
그럼, 누가 진짜 교육 전문가일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의 학습이 내 마음처럼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들은 정말 위대한 엄마가 맞다. 하지만 내가 ‘실천적인 육아 전문가’로 인정하는 선배 엄마에게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첫째, 세 아이 이상을 명문대에 보냈을 것. 한두 명은 머릿 빨, 운빨일 수도 있다.
둘째, 세 아이 중 적어도 한 명은 남자아이일 것. 딸과 아들을 동시에 키워본 엄마라면, 아들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안다.
셋째,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 대치동에서 아이와 관계를 해쳐 가며 독한 역할을 맡아 서울대에 보낸 엄마들은 수두룩하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는 뜻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나는 진정한 육아 전문가로 인정하며 마음속으로 큰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유튜브 속 전문가보다 더 무서운 건, 불안에 흔들리는 내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확신에 기대고 싶은 마음, ‘정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나를 그들의 고객으로 만들었다. 결국 교육의 가장 큰 적은 ‘가짜 전문가’가 아니라, ‘확신을 팔고 사는 불안한 사회’가 아닐까.
실천적인 교육 전문가를 찾아 헤매던 그 시간, 정작 가장 큰 실험 대상은 아이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는 여전히 궁금하고, 또 때로는 헛돈도 쓸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이게 바로 교육에 미친 엄마, 아니—배움을 포기하지 못한 인간의 숙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