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운전해서 빵먹으러가기
찰떡이가 생기고 난 후 우리 주말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임신 전에는 주말이면 여기저기 나다니는 게 일상이었다. 가까운 여행지도 자주 찾고, 집 근처 카페나 산책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임신 초기에는 작은 활동에도 금방 피곤해지고, 오래 걷거나 차를 오래 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4~5시간을 넘기지 않는게 좋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말에는 ‘쉬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래도 문득, 임신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중에 임신하면 대전에 빵 먹으러 가자.”
그 기억 하나가 이상하게 마음을 끌어당겼다. 주말 아침, 우리는 서둘러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 성심당은 웨이팅이 기본 한두 시간은 넘는다. (아니 요즘엔 2~3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예전 같으면 그냥 줄 서서 기다렸을 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기 못하다. 2~3시간을 임산부가 서서 기다린다는건 정말 쉽지 않다.
대부분 알겠지만, 대전의 성심당에는 임산부를 위한 프리패스 줄이 따로 있다.
줄을 오래 서기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마련된 배려라고 한다. 직원분이 배려 깊은 표정으로 안내해주고, 나와 아내는 그 자리에서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순식간에 매장 안으로 들어섰던 그 순간, 단순히 ‘줄을 건너뛰었다’는 가벼운 기쁨이 아니었다.
"아, 이런 작은 배려 하나가 임산부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걸 깊이 느꼈다. 몸이 힘든 시기에 누군가로부터 받는 배려는 생각보다 더 크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런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임신이 주는 두려움보다 따뜻함을 먼저 떠올리게 할 수도 있겠구나.’
잠깐이라도 ‘나도 저런 순간을 겪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사회적 배려가 가진 긍정적인 힘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고르는 성심당의 빵들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내는 몸이 힘든 와중에도 빵을 보며 기분이 좋아진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찰떡이가 태어나면 여기 다시 오겠지?’ 하는 상상을 했다.
여기저기 작은 기쁨이 있었다.
빵을 담는 종이봉투의 냄새, 복잡한 매장 속 웃음소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까지. 이 모든 게 우리에게는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짧은 여행이라 이동하는 데 몸은 조금 피곤했다.
하지만 “오늘 오길 잘했다”라는 아내의 말 한마디가 모든 힘든걸 잊게 했다.
이번 대전 여행은 단순한 ‘빵 사러 간 날’이 아니라, 서로에게 배려와 위로가 되는 하루였다.
사회 곳곳의 작은 배려들이 모여 임산부의 하루를 더 안전하게, 더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는 사실.
그걸 직접 경험한 날이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임신이라는 삶의 변화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대전 여행은 우리에게 딱 필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