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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란 Oct 01. 2021

스몰토크_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나만 불편한가요?

며칠 전, 인스타그램 피드가 온통 스타벅스 컵 사진으로 뒤덮였다.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서 음료를 주문하면 일회용 컵이 아닌 리유저블reusable 컵에 담아준다는 거였다. 컵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글들도 보였다.      


그다지 좋은 이벤트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피드에 초를 치기는 싫었으므로 몇몇 게시물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말았다. 그러다가 한 게시물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되었다. 쓸 만하냐는 질문이었고, 이에 대해 게시자는 딱히 그런 것 같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다시 한번, 리유저블 컵의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뜨거운 음료용으로 나온 것은 그나마 단단한 재질로 보였지만, 차가운 음료를 담은 용기는 얇은 플라스틱 같았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쓰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나는, 이 리유저블 컵의 재질이 뭔지 찾아보게 되었는데 폴리프로필렌, 결국 플라스틱이다. 물론 PP라고 불리는 폴리프로필렌이 내열성, 내구성이 좋아 여러 번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컵을 받아간 모든 사람이 이걸 여러 번 재활용할까?    

  

스타벅스는 이 이벤트에 대해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고객들에게 스타벅스의 지속가능성 가치와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글로벌 이벤트”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환경을 살리기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또 다른 플라스틱을 만들어 제공했다는 거죠?


‘글로벌’ 이벤트라고 하니 다른 나라들의 사정도 궁금했다……는 건 사실 뻥이고, 캐나다에서는 이 글로벌 이벤트를 열지 않았기 때문에 이 나라가 스타벅스에겐 중요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나라마다 다른 이벤트를 한 건지 궁금했다.

급한 외주 건이 있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짓에 대한 욕구는 심해지는 . 나는 결국 다른 나라들의 스타벅스 이벤트도 찾아보았다. ‘내가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손가락이 멈추지 않았어…….     


일단 캐나다는 스타벅스 50주년 기념과 내셔널 커피 데이를 함께 기념했다. 리유저블 컵을 주는 게 아니라, 리유저블 컵을 가져오는 사람에게 무료 커피(오늘의 커피)를 증정했다. 미국도 마찬가지였고, 꽤 많은 나라에서는 리유저블 컵 증정 대신 무료 커피 증정 이벤트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스타벅스가 말한 ‘지속가능성 가치와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글로벌 이벤트’로는 무료 커피 쪽이 더 적합해 보인다. 적어도 여기엔 쓸데없는 플라스틱 배출은 없을 테니까.     


나라마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벤트 내용이 다를 거고, 한 기업체인 스타벅스는 그 점을 고려했을 거다.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고려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날 하루 쏟아졌을 플라스틱 리유저블 컵들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스타벅스에서 밝힌 리유저블 컵의 권고 사용 횟수는 20번이다. 그리고 이 컵은 네 번 이상 사용해야 비로소 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쯤 되니 내가 안티 스타벅스를 외치는 사람 같겠지만, 사실 저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하고 지금도 10년 된 스타벅스 시티 머그에 차를 마시고 있답니다. 전 그냥 이번 이 이벤트가, 그리고 MD 상품들을 줄기차게 찍어내고 있는 회사에서 친환경, 지속가능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좀 허세 같아 보일 뿐이에요.



* 참고: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 배포가 환경 살리기?... 대체로 거짓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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