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는 쥐의 패기로 큰 쥐에게 다가갈 용기
아무튼 25년도 4월의 쁘띠 세션을 시작으로 우리 파트는 프리윌린 내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에 생성형 AI를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다만, 초반부터 내가 우려하던 것은 '우리가 제대로 못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배운다는 자체에만 빠져들어 실무와 멀어지거나 시행착오의 확인이 늦어지는 것' 혹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남용하다가 우리가 내보내는 비주얼이 중구난방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운 소프트한 전략이자 규칙은 파트 단위에서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툴 조합을 빠르게 좁힌 뒤, 배움과 동시에 실무에 바로 적용하고, 시행착오와 성취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 이었다. 동시에 나의 제품경험팀 리더분께서도 이후 실무에 적용한 결과를 간단한 보고 자료로 모아 달라는 요청을 주셨기 때문에 좀 더 목적의식을 갖추고 활용해 나갈 수 있었다.
사실 이보다 더 다양한 생성형 AI에의 접근 방법론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더 많은 툴의 트레이닝을 더 길고 다양하게 하면서 실험의 양을 늘리거나, (왠지 쿨해보이는) 케이스 리포트를 더 많이 읽거나, 각자 스스로 선정한 특정 툴에 전문성을 더 키우는 방법 등.
그러나 우리에게 시간은 유한하기 때문에… ‘프리윌린’이라는 기업에 알맞은 브랜드 디자이너의 역할을 따져, 그 안의 ‘매쓰플랫’이라는 제품에 필요한 생성형 AI의 범위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쏟아지는 기술 중 정신을 차리고 우리가 쭉 데려갈 툴의 선택지를 빠르게 좁혀, 동시에 실무에 던져보며 성과지표를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결정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선택을 했던 것일까?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는 없으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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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배움과 동시에 작업 기한이 있는 실무에 적용하니 각자의 디자인 센스가 강제로 빠르게 성장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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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포인트였던 ‘오남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성한 이미지를 서로 거침없이 피드백하고 필터링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그 외에도, 우리 파트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어떤 성취를 얻었을까? 간단히 세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Outcome A : 실무 적용 케이스를 통해 새로운 비주얼들과 성과를 확인했다
Outcome B: 새로운 것을 배우고, 알던 것을 더 공부하는 것에 대한 장벽이 낮아졌다
언급한 것처럼 각자 익숙한 툴, 익숙한 방식들과 업무를 해오다가 여러 생성형 AI 툴을 접하고 작업하는 방식을 교류하다 보니, 낯선 것에 대한 도전이 자연스러워졌다. 안주하던 나부터도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기술이 떠오르면 빠르게 '찍먹'을 하고 추려 팀원들에게 공유하는 습관이 생겼으니까. 자연스럽게 생성형 AI 관련 툴뿐만 아니라 Framer와 같은 웹사이트 빌더에도 '못해…' 대신 '가보자고' 하고 뛰어드는 용기도 (울면서) 갖게 되었다.
또한 이제 외국어를 쓰는 일이 거의 없던 지금의 업무 환경에서 반 강제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며 프롬프트 입력이나 설정값에 대한 트레이닝을 계속하게 되었다. 뾰족하고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머릿속에 있다고 해도 입력값이 조악하다면 효율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쉽지 않으며 계속 랜덤한 뭔가에 안주하게 되는 낭비와 악순환이 발생한다. 그래서 특정 프롬프트나 설정값으로 좋은 결과물을 얻었다면, 이후 서로의 작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로 해당 사례를 공유하며 작업하고 있다.
Outcome C : 나아가 회사 전체에서의 시너지도 발생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들을 잘 배우고 활용하던 중, 프리윌린 피플팀에서 점심 세션으로 우리 파트원을 한 번 스카웃 해준 일도 있었다. 허들이 낮은 생성형 AI툴을 기반으로 다양한 직무의 구성원분들이 기초적인 세미나를 듣고 활용해 보는 시간을 제안주신 것이다. 짧은 세션 후 각 실무자분들은 현업과 일상에 돌아가 모두 다르게 활용하겠지만, 하나의 지식이나 스킬이 더해진다면 나비효과처럼 본인의 업무를 더 에너제틱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편 항상 생성형 AI툴을 활용하며 스스로 자주 되새기는 부분이 있다. ‘우린 예술가로서의 자유보다는, 브랜드와 고객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실무자'라는 것.
쏟아지는 다양한 생성형 AI 기술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며 단시간에 굉장히 다채로운 결과물을 전달한다. 때로는 ‘어? 이런 결과가!’ 하는 뜻밖의 결과물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 랜덤함은 높은 확률로 실망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예상치도 못했던 괜찮은 결과도 꽤 많다보니, 간혹 그 불규칙성에 나도 모르게 슬쩍 기대게 될 수도 있다고 느낀다.
예술가라면 그런 랜덤한 결과물에서 성공적인 히트작을 얻을 수도 있지만 인하우스 디자이너로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알고 있는 ‘정해진 기한과 타깃, 그리고 그에 맞는 크리에이티브’ 등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목표점을 명확히 해 두지 않으면 흘러흘러 도착한 랜덤 이미지에 순간 만족하게 될 수도 있고, 그것이 쌓이다 보면 일관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난 결과물을 적용하게 되는 위험에 마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지를 몇 번의 프롬프트 입력으로 쉽게 도출하는 세상이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알고 있고 또 이미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도출된 것들을 쉽게 수용하기보다는 '이 이미지는 조금 의외의 결과인데, 디테일이 부족한 부분은 뭘까?’ ‘처음 기획 방향에 좀 더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다르게 시도해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이런 느낌이 잘 맞을까?' 등등. 너그럽지 않은 눈과 비판적인 태도로 생성형 AI와 함께하려 노력하고 있다.
물론 AI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보니… 머지않아 온다는 AGI*라는 시대가 열려 이런 고민조차 무언가로 대체된다면 이 글은 삽시간에 매우 뒤떨어진 슬픈 아티클이 되겠지만. 아직은 ‘디자이너가 이러한 최소한의 비판적인 판단력 근육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약자로, 기존 AI를 뛰어넘은 범용 인공지능(AGI)은 인간이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지적 태스크를 이해하거나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한 머신의 가상 지능을 의미한다. AGI는 인공지능(AI)의 한 가지 유형으로서 인간 두뇌의 인지 능력 모방을 목표로 한다. -출처 Google Cloud-
나 역시 디자이너 실무자로서 어디까지 AI와 관련된 것들을 배워야 할지, 또 잘 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어디까지 두려워해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어설픈 이 글이 올라가는 때에도 또 다른 툴과 기술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겠지.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가는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면? 이런 막막함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고, 이곳에서의 경험을 복기하는 이 글은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아마 앞으로도 더 어렵고 피곤한 변화가 많이 일어나겠죠? 하지만 어떻게든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하는 팀플레이어로서 서로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좀더 에너제틱하게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프리윌린에서 고군분투했을 브랜드디자인파트 주영, 지희, 진형쌤. 세 분께 심심한 감사와 에어 허그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제가 잘할게요!)
(끝!)
사내 블로그 원문: https://freewheelin-recruit.oopy.io/insight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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